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안정 목표의 기준 물가가 근원 인플레이션에서 소비자 물가로 바뀐다.

물가안정 목표 범위는 '3±0.5%'로 기존의 목표치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한국은행은 2007~2009년 물가안정 목표 기준을 근원 인플레이션에서 소비자 물가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소비자 물가가 통상적으로 근원 인플레이션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통화당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좀 더 쉬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근원인플레이션은 생활물가 제대로 반영 못해

근원인플레이션은 소비자물가에서 농산물(비중 4%)과 석유류(7.7%)를 빼고 산출한 물가 지수다.

수급 요인으로 인한 가격 변동폭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함으로써 안정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한국은행은 그동안 근원인플레이션을 물가안정 목표의 기준으로 삼았다.

그러나 최근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근원인플레이션이 실생활의 물가 상승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실제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소비자물가는 연평균 3.34% 오른 반면 근원인플레이션율은 2.99% 상승하는 데 그쳤다.

올 들어서도 근원인플레이션율은 1.6~2.0%에 그친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8%에서 움직였다.

물가 목표제를 도입한 20여개 국가 중 근원인플레이션을 지표로 사용하는 곳이 한국과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불과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국제 기준으로서의 보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소비자물가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은 "소비자물가는 근원인플레이션에 비해 변동폭이 다소 크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물가안정 목표치에서 벗어나는 경우는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생계비와 관련이 깊은 소비자 물가를 기준으로 물가를 관리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선제적 통화정책 펼듯

물가목표 기준이 소비자물가로 바뀌면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을 좀 더 쉽게 단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근원인플레이션율보다 통상적으로 0.5%포인트 높아 물가관리 목표치를 벗어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은은 최근 들어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으나 정작 한은이 관리하는 근원인플레이션은 안정돼 금리를 인상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한은이 이번에 물가 기준을 바꾼 것은 선제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을 높이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상대적으로 안정된 근원인플레이션을 기준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다 보니 유동성이 과다 공급돼 부동산가격 급등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지적도 물가 기준을 바꾼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