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의 고공 행진이 계속되면서 석탄에서 휘발유와 경유를 뽑아내는 액화석탄(coal to liquid)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 기술은 그동안 엄청난 설비투자 비용 때문에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외면받아왔으나 최근 석탄자원이 풍부한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공장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액화석탄 기술은 석탄이 들어있는 거대한 통에 산소와 증기를 집어넣고 열을 가해 합성가스를 얻어 이를 액화시킨 뒤 정제해 휘발유와 경유를 만든다.

이 기술을 이용해 하루 8만배럴의 석유에 해당하는 액화석탄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지으려면 60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투자비가 필요하다.

WSJ는 액화석탄 기술이 수익성을 보장받기 위해선 유가가 적어도 배럴당 30∼35달러 위에 머물러야 한다며 지난해부터 유가가 70달러를 넘나들고 있고 석유자원이 고갈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액화석탄이 현실적인 대체연료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석유자원은 41년 뒤에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천연가스도 65년 동안 쓸 수 있는 양 밖에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석탄은 적어도 155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액화석탄산업은 인종차별정책으로 값싼 석유수입이 힘들었던 시기에 기술을 발전시킨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주도하고 있다.

남아공의 에너지 기업인 사솔은 액화석탄을 생산,남아공 운송업계 연료 사용량의 30%를 공급하고 있으며 기술수출에도 힘쓰고 있다.

중국은 사솔의 기술 지원을 받아 네이멍구에 액화석탄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수년 내 최대 27개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국방부가 중동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독자적으로 효율적인 액화석탄 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미 석탄협회를 비롯한 민간업계에서는 액화석탄산업 활성화를 위한 대정부 로비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석탄협회는 2025년까지 석유 수요의 10%에 해당하는 하루 260만배럴의 액화석탄을 생산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관련 업계에 대한 연방정부 차원의 세제 혜택 등을 요구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액화석탄을 만드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문제 삼아 신중한 접근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1갤런의 석유를 소비할 때 이산화탄소가 27.5파운드 발생하는데 비해 같은 양의 액화석탄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선 49.5파운드가 배출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