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사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을 갖추고 있나요."

미국 존슨앤드존슨의 타이레놀 청산가리 투입 사건,프랑스 페리에의 생수에서 벤젠이 검출된 사건,미국 엑슨의 원유 유출 사고,일본 유키지루시 유업의 집단 식중독 사건,국내 A만두업체의 불량 만두 파문….

결과는 어땠을까.

대한상공회의소 산하 '지속가능경영원'은 이 같은 위기 발생시 실제 기업이 적용할 수 있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을 17일 내놓았다.

이 매뉴얼은 존슨앤드존슨,페리에,국내 A만두업체를 위기 관리의 성공 사례로,엑슨과 유키지루시 유업을 실패 사례로 분석했다.

위기대응 커뮤니케이션이 사고 수습의 성패를 갈랐다는 것.

존슨앤드존슨의 경우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발빠르게 언론에 대응,회사를 회생시켰다.

프랑스 페리에는 회사의 책임을 처음부터 시인하고 반성한다는 광고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내보낸 게 주효했다.

국내 A만두업체도 위생상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계속 홍보해 성공했다.

반면 엑슨은 환경 문제가 언론의 표적이 될 수 있음을 간과했으며 유키지루시 유업은 사실을 은폐하고 언론 대응에 미숙해 실패한 사례로 꼽혔다.

이에 따라 지속가능경영원은 수질 오염을 비롯한 사건·사고 등의 위기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CEO에게 보고하고 그 다음 주요 부서의 위기관리 담당자에게 전파한 뒤 유관기관 순으로 알릴 것을 권고했다.

이와 관련,'3·3·3 원칙'을 준수하라고 주문했다.

△3시간 내 위기 대응팀을 구성하고 △3일간 긴급 대응 활동을 펼치며 △3주간 위기 상황의 예후를 관찰하고 추가 대응 활동을 하라는 것.

특히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대상을 △언론 △고객 △시민단체 △지역 주민 △정부 등으로 분류했다.

언론과 고객(투자자와 소비자)은 잠재적 위협 가능성과 협조 가능성이 동시에 높기 때문에 '협조하라'는 전략을 제시했다.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는 협조 가능성이 낮은 탓에 '방어하라'고 제안했다.

언론에는 △거짓말하지 말라 △모르면 모른다고 하라(추측성 해명 금물) △피하지 말라 △대답은 신속히 하라 △공평하게 대하라 △모든 부서에서 한 목소리를 내라는 등의 기본 원칙을 준수할 것을 권고했다.

관련 기자회견을 할 때도 '기자회견에 익숙지 않아서…,준비한 내용이 얼마 되지 않아서…,아시다시피…' 등의 상투어를 절대 사용하지 말며 기자 인터뷰 때 난처한 질문을 받았을 경우에는 우물쭈물하거나 묵묵부답하기보다 "기자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재치 있게 응대하면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빠른 속도의 말이나 단조로운 어조도 피할 것을 주문했다.

지속가능경영원은 마지막으로 위기관리 결과를 반드시 공표하고 내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 매체를 통해 통상 업무의 재개 여부와 진행 상황,오염사고 지역의 복구 진행 상황,인적·경제적 피해의 크기와 보상 규모,위기 재발에 대한 가능성과 전문가의 견해 등을 적극 알릴 것을 권고했다.

지속가능경영원 관계자는 "최근 많은 국내 기업에 닥친 위기 상황은 위기 자체가 주는 위협보다 불필요한 오해와 루머,그리고 왜곡된 정보 전달 등 의사 소통에 관한 문제가 위기 증폭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