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의 하투(夏鬪)가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쌍용자동차와 포항건설 노동조합 등이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보건의료노조(병원노조)도 24일부터 파업에 들어가기로 예고한 상태다.

더구나 민주노총은 고(故) 하중근 포항건설노조원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노사관계 법ㆍ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 저지 등을 내세워 오는 9월 초 총파업 등 강경 투쟁에 나설 계획이어서 노·사·정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자동차업계 분규 장기화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이 끝난 뒤에도 쌍용차기아차의 파업이 지속되면서 자동차업계의 노사 분규가 장기화되고 있다.

쌍용자동차 노조는 16일에 이어 17일에도 평택공장 출입문을 걸어 잠그고 '옥쇄 파업'을 이어갔다.

특히 노조원 4000여명은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집회를 열고 광화문까지 행진했다.

또 노조 대의원 100여명은 종묘공원에서 '3보 1배' 행진으로 중국대사관까지 간 뒤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노조는 "이번 집회는 회사측의 정리해고 계획과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대시민 선전전"이라며 "회사측이 정리해고 방침을 철회하고 해외 기술 유출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파업을 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쌍용차 노사는 18일 협상에 나서 2차 희망퇴직 실시 등 타협점을 찾을 계획이지만 입장차가 워낙 커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노조는 회사측의 단전과 단수 조치에 대비,컵라면과 식수를 비축하는 등 장기전을 벌일 태세다.

기아자동차 노조도 이날 주·야 각 2시간씩 부분 파업 및 잔업 거부를 지속했다.

노조는 19일께 노조원들이 참가하는 전진 대회를 개최키로 하는 등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노사 관계가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16일 독자적으로 부분 파업에 들어가 울산 1,2공장과 시트사업부 등 3개 사업부 생산라인의 가동을 1~2시간가량 일시 정지시켰다고 17일 밝혔다.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 14일부터 시급 625원 인상,정규직과 동일한 성과급 지급,상여금 700% 인상,고용안정 협약 등을 요구하며 쟁의에 들어갔다.


○오는 9월 초가 '고비'

포항 건설노조의 파업사태는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의 개입으로 진정되기는커녕 파장이 확산될 조짐이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하중근씨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의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투쟁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이기로 결정한 상태다.

노동계의 투쟁은 노사관계 로드맵에 대한 입법 예고가 이뤄지는 9월 초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은 현재 로드맵 논의 시한을 9월4일로 정한 채 협상을 벌이고 있다.

노동부는 협상이 결렬될 경우 바로 정부측 로드맵을 입법 예고할 방침이다. 노·사·정은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필수공익사업 개념 및 직권중재 폐지 등 핵심 쟁점을 놓고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가 독자안의 입법화 작업에 나설 경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파업으로 맞설 가능성이 높다.

윤기설 전문기자·오상헌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