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계의 지도자이자 이 시대 '마지막 어른'이었던 여해(如海) 강원용(姜元龍) 경동교회 명예목사가 17일 낮 12시5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일제 강점과 광복,그리고 한국전쟁,민주화운동 등으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에서 굵직한 사건들을 직접 겪은 고인은 줄곧 정치와 통일,언론 등 사회문제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던 대표적인 '지성'이었다.

1917년 함경남도 이원군에서 출생한 고인은 14살때인 1931년 기독교에 입교한 뒤 평생을 한국교회 발전과 사회민주화 운동에 헌신해왔다.


한국 개신교계의 지도자이자 이 시대 '마지막 어른'이었던 여해(如海) 강원용(姜元龍) 경동교회 명예목사가 17일 낮 12시5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일제 강점과 광복,그리고 한국전쟁,민주화운동 등으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에서 굵직한 사건들을 직접 겪은 고인은 줄곧 정치와 통일,언론 등 사회문제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던 대표적인 '지성'이었다.

1917년 함경남도 이원군에서 출생한 고인은 14살때인 1931년 기독교에 입교한 뒤 평생을 한국교회 발전과 사회민주화 운동에 헌신해왔다.

그가 목사 안수를 받은 것은 한신대 졸업 이듬해인 1949년.그때부터 경동교회에서 40여년간 목회활동을 이끌며 오늘날의 경동교회를 만들었다.

한국기독학생총연맹(KSCF)의 산파역을 하며 총무와 이사장으로 일한 고인은 평소 "교회가 아니라 세계가 하느님 활동의 장(場)"이라는 신념을 행동으로 옮겨 종교 간 대화운동에 힘쓰기도 했다.

그가 1963년 세운 '크리스챤 아카데미'는 종교 간 대화와 토론 문화 향상에 이바지한 대표적인 단체.특히 1965년 개신교,천주교,불교,유교,천도교,원불교 등 6대 종교지도자들을 한데 모아 다른 종교와의 만남을 시도해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고인은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등이 재야활동을 하던 시절부터 교유하는 등 정치 분야에도 목소리를 내기는 했지만 현실정치와는 늘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나는 정치가도 사회운동가도 성직자도 아닌,빈 들에서 외치는 소리일 뿐"이라는 그의 소신은 1993년 내놓은 자서전 '빈 들에서-나의 삶,한국현대사의 소용돌이'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자신이 한 일은 단지 정직하게 고발하고 충고하는 일이었을 뿐이라는 그의 겸허한 자세는 이 시대 어른으로서 젊은이들에게 주는 교훈이 됐다.

1988년에는 국무총리직을 제의받는 등 정치권으로부터 은밀한 제의가 많았지만 모두 거절한 것도 그의 '빈들 정신'에서 비롯됐다.

고인은 생전에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ACRP) 회장,방송위원회 위원장,통일부 통일고문회의 의장 등을 역임하는 등 각 분야를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오후 고인이 평생 한국 교회 발전과 사회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업적을 기려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한명숙 국무총리는 애도 메시지를 통해 고인을 추모했으며,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에는 오후부터 김수환 추기경 등 각계인사들이 잇달아 방문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유족으로는 전 기독교 장로회여신도회장인 부인 김명주씨(88)와 장녀 혜자,차녀 혜원,장남 대인,사위 김광국,김정석씨 등이 있다.

영결예배 21일 오전 10시. 2072-2091

홍성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