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올해 초 모 주류회사에서 명예퇴직한 신모씨(46).회사를 나올 때만 해도 배짱이 든든했다.

퇴직금으로 위스키 수입판매 회사를 차릴 생각이었다.

인연을 쌓아둔 주류도매상들이 많아 판매처도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신씨는 지금 다시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

지인들이 한결같이 "경기가 이렇게 나쁜데 술이 팔리겠느냐"고 말렸기 때문이다.

#사례 2=경기 화성시에서 기계부품을 만드는 A사는 이달 초 선반 밀링 등 기계 일체를 매물로 내놓았다.

이 회사 박모 대표는 "최근 몇 년간 주문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비용은 늘어나 공장을 정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을 접고 나니 속은 후련한데 내놓은 설비가 팔리지 않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하반기 들어 경기 하락이 가속화하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기지표가 하락세 일색이다.

우선 창업의욕이 식으면서 신설 법인 수가 크게 줄었다.

한국신용평가가 주간 단위로 집계하는 신설 법인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29일부터 8월16일까지 7대 도시에서 새로 창업한 법인 수는 3391개에 그쳤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6월30일~8월17일)의 3952개에 비해 14.2%나 감소한 것이다.

또 예년에 비해 창업이 부진했던 재작년 같은 기간(6월28일~8월14일)의 3715개보다도 8.8% 적은 규모다.

판매 부진으로 생산을 중단하거나 줄이는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유휴설비 매물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유휴설비 매매 사이트(www.findmachine.or.kr)에 접수된 매각 의뢰 건수는 지난 7월 1252건으로 월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7월(878건)에 비해 42.6%나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매입 의뢰 건수는 38건으로 작년 7월(47건)에 비해 19.1% 감소했다.

중소기업의 체감경기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중소제조업 업황전망 건강도지수(SBHI)'는 8월 중 82.1로 4월 이후 4개월 연속 하락했다.

특히 작년 8월 이후 줄곧 기준치(100.0) 이상을 유지해온 벤처제조업 SBHI마저 7월 96.7로 떨어진 후 8월에는 92.5까지 주저앉았다.

실제로 반월시화공단 내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체인 K사 관계자는 "이제나 저제나 주문량이 늘어나기를 기다리느라 지쳤다"며 "지난달에도 주문량이 예년에 비해 10% 정도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완성차 업체의 파업에 시달리고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남동공단의 한 자동차 엔진부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예년에는 그래도 파업이 끝나면 주문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올해는 경기 자체가 부진해 그런 기대도 사라졌다"며 "파업 후에도 공장 가동률이 70%를 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건자재 업체에도 타격을 입히고 있다.

거울 생산업체의 최모 사장은 "아파트 건설경기가 위축되면서 거울 주문량이 크게 줄고 단가 인하 압력도 커졌다"고 호소했다.

그는 "요즘 동네 이발소를 가나 신발가게를 가나 경기를 낙관하는 사람이 없더라"며 "평생 중소기업을 경영해 왔지만 요즘처럼 어려운 적도 없었던 것 같다"고 근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벤처중소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