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한국의 기술수준은 과연 어느정도일까. 정보통신부는 우리나라의 IT 신성장동력 14개분야를 세계최고 기술선진국 미국과 비교할 때 기술수준은 85.8%, 기술격차는 1.6년으로 나타났고, 특히 차세대 이동통신, 디지털 TV/방송, 텔레매틱스 등의 경우 기술수준은 90% 이상이고, 기술격차는 1년 미만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IT기술이 미국을 바짝 추격(追擊)하고 있다는게 정통부의 결론이다.

이게 맞다면 참여정부 들어 이른바 IT839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IT839가 IT 분야에서의 차세대 성장동력이고 보면 앞으로도 IT가 우리 경제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사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IT한국의 위기(危機)도 함께 읽을 수 있다. 차세대성장동력 14개 분야 모두에서 미국뿐 아니라 유럽 일본에도 여전히 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와이브로(휴대인터넷)를 비롯한 차세대 이동통신, 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와 같은 디지털 방송, 그리고 텔레매틱스 등 우리가 주도하고 있다고 믿어왔던 분야들마저 결코 예외가 아니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세계최고 IT강국이라고 생각해 왔던 국민들로서는 의아스럽게 생각할 만한 결과다. 특히 일본에 뒤져 있다는 사실은 직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나마 중국에 앞서 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한·중간 기술격차도 1.7년으로 좁혀졌다면 정말 위기의식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

정통부는 미국과 비교해 한국의 기술격차가 2003년 2.6년에서 1.6년으로 1년 단축됐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손 놓고 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차세대 이동통신 로드맵에서 혼선(混線)이 야기되고 있고, 법·제도의 걸림돌 때문에 통신·방송융합이 지연되고 있으며, 텔레매틱스 등 이러저런 규제가 장애가 되고 있는 분야들이 적지않은 우리 현실을 돌아보면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뿐만 아니라 IT-BT IT-NT 등 융합분야, SW분야는 여전히 선진국과 큰 차이가 있고, 지능형 로봇, IT부품, 정보보호 등에서는 그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IT강국이라고 자랑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정부는 이번 조사를 토대로 IT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