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시내 번화가인 시부야나 아키하바라를 찾으면 빅토리아시대 하녀나 애니메이션 캐릭터 복장을 한 미녀 호객꾼들과 자주 마주친다.

이들을 따라가면 영화에서 본 듯한 중세풍 카페에서 귀족처럼 접대를 받을 수 있다.

일본에서는 몇 년 전부터 특정 제품에 집착하는 '오타쿠(お宅)족'을 겨냥한 각종 서비스나 상품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핵가족화와 독신자 증가 등으로 오타쿠족이 늘어나면서 관련 소비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21일 노무라연구소 보고서를 인용,"오타쿠족 소비시장 규모가 연간 35억달러에 이른다"면서 "이들은 일본 소비 트렌드를 좌우하는 힘과 구매력을 가져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오타쿠족을 겨냥한 제품을 개발해 히트하는 업체들도 많다.

전자업체 곤도 가가쿠(본사 도쿄)는 자신이 원하는 로봇을 직접 조립해 제작할 수 있는 775달러짜리 '맞춤형 로봇 키트'를 개발해 대박을 터뜨렸다.

회사 관계자는 "새 제품은 열광하는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이라고 설명했다.

소니와 닌텐도 등 게임기 업체는 오타쿠족의 트렌드를 철저히 조사해 신제품 개발에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남코가 선보인 여가수 육성 게임(idolm@ster)은 출시 초기부터 오타쿠족의 열광적인 인기에 힘입어 대성공을 거뒀다.

일본의 바비 인형격인 '리카짱'을 수집하는 오타쿠들에게 70년대 초기 생산품은 140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또 애니메이션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즈카 오사무의 희귀본 만화책은 2000달러 선에서 팔릴 정도로 구매력도 막강하다.

◆오타쿠(お宅)='당신' 이나 '댁'을 뜻하는 2인칭 대명사지만 특정 분야에 마니아 이상으로 집착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로 통용된다.

전자 제품,만화 등에 지나치게 몰두해 상식이 결여된 부정적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