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월에 읽고 '극찬했다'는 '비전2030 보고서'가 다음 주에 드디어 공개될 모양이다. 보고서의 존재 여부가 처음 알려진 후 무려 8개월 만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30년짜리 장기 미래전략을 세웠다는 점도 그렇거니와 대통령이 초안만 읽어보고도 "여태까지 읽어본 자료 중 가장 잘 됐다"고 칭찬했다는 점에서 이 보고서는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래서인지 정부도 멋있게 포장하고 발표하는데 신중을 기했다.

처음 얘기가 나오자 기획예산처는 보고서를 더 다듬어서 2월 말이나 3월 초께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방 선거를 앞두고는 발표 시기가 다시 하반기 이후로 미뤄졌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2030 보고서' 작성을 포기했다는 말도 나왔다. "엄청난 복지재정 수요를 둘러싸고 증세 논쟁만 불어올 것"이라는 내부 우려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정부는 '비전2030-함께하는 희망한국'이라는 이름으로 이 보고서를 공개키로 하고 언론사에 보도일정(24일자 조간)을 알려왔다.

그러나 너무 오랫동안 뜸을 들인 탓일까.

보고서의 뚜껑을 열기도 전에 또 다른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가진 당·정 협의에서 이 보고서를 설명한 직후 발표 시기를 다시 늦췄다.

기획처 관계자는 "나라의 대계(大計)를 논하는 보고서이기 때문에 당과 조율을 거친 후 발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연기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당쪽 얘기는 상당히 다르다.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은 이 보고서를 참고용으로 평가절하했고,일부에선 "발표도 정부가 하지 말고 연구소를 통해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모양이다. 여기에는대선을 앞두고 '복지'하면 뒤따르게 마련인 증세 논쟁을 피해보자는 여당의 심사가 깔려 있다.

우여곡절 끝에 다음 주 공개될 이 보고서가 노 대통령의 희망대로 '국민들에게 희망적이고 분명한 미래'를 제시하는 역할을 하게 될지,아니면 '소모적이고 지루한 증세논쟁의 새로운 불씨'가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박수진 경제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