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직자인 박모씨(30)는 지난 3월 판교신도시 34평형 아파트(분양가 4억1100만원)에 당첨돼 계약금 8200만원을 대출 없이 냈다.

국세청이 자금 출처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박씨는 2002∼2004년 6억원 규모의 재건축 아파트 분양권을 네 차례나 단기 매매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세청은 박씨의 아버지가 박씨 명의로 이런 투기를 한 것으로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소득세를 낸 적이 없는 양모씨(27)는 올 3월 14억5000만원 상당의 강남 아파트와 1억원짜리 고급 외제차를 샀다.

또 2억원을 투자해 약국도 개업했다.

국세청은 양씨의 아버지가 2003∼2005년 수십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팔아 17억5000만원을 증여한 혐의를 잡고 조사를 시작했다.

오는 30일 판교 2차 분양을 앞두고 판교 1차 계약자 31명을 포함한 171명의 부동산 투기 및 탈루 혐의자에 대해 국세청이 22일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조사 대상에는 지난해 4월부터 올 2월까지 강남 분당 용인 등에서 아파트를 산 110명과 용인 동백지구 등에서 전매 금지 아파트 분양권을 판 혐의가 있는 30명도 포함됐다.

김남문 국세청 부동산납세관리국장은 "이들에 대해서는 해당 거래뿐 아니라 2001년 이후 모든 부동산 거래를 조사한다"며 "불법 사실이 드러나면 추징과 검찰 고발뿐 아니라 관계기관에도 통보해 아파트 당첨 등을 무효화시키겠다"고 말했다.

○판교 당첨자 자금출처 철저 검증

이번 조사 대상 중 31명은 국세청이 판교 1차 분양 계약자 8885명에 대해 투기 혐의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탈루 혐의가 드러났다.

33평형 아파트(분양가 4억원)를 당첨받은 장모씨(50)는 서울 목동에 31평형 아파트(시세 4억7500만원)를 소유한 상태에서 처남 이모씨(35) 명의의 용산구 이촌동 33평형 아파트(시세 5억1500만원)에 전세로 살고 있다.

국세청은 이촌동 아파트의 경우 장씨를 채무자로 근저당이 잡혀 있는 등 처남에게 명의만 신탁한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탈루했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또 장씨의 처 이모씨(46)도 2004년 서울 뉴타운 지역 내 대지 95평 등을 단기 매매하면서 양도세 등을 탈루한 혐의를 적발했다.

김 국장은 "판교 1차 계약자는 중도금,잔금 등을 납부할 때마다 자금 출처를 점검해 또 다른 혐의자가 발견되면 세무조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판교 2차 분양은 중대형 평형 위주인 데다 전매 금지 기간도 짧아 더욱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설명했다.

○'복등기' 전면 기획조사

이번 조사에서는 분양권을 '복등기' 수법으로 불법 전매한 30명도 적발했다.

복등기란 전매 금지 분양권을 프리미엄을 받고 판 뒤 아파트 완공 때 건설사로부터 소유권 이전 등기를 받고는 곧바로 불법 매수자에게 이전 등기하는 방법.김 국장은 "복등기 거래자를 기획조사해 대거 적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곧 입주를 시작하는 화성 동탄지구 등에 대해서도 복등기 거래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복등기 등 불법 전매자는 당첨 자체를 무효화할 수 있다.

김모씨(52)의 경우 2004년 초 전매가 제한된 용인 동백지구 아파트(46평형)를 분양받아 아파트 완공일인 올 4월7일 본인 명의로 등기한 뒤 같은 날 이모씨에게 소유권을 이전 등기했다 조사 대상에 올랐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