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 방송위원장이 취임 한 달 만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방송위원회는 23일 "이 위원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서를 제출했다"며 "곧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22일 국회에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정밀건강검진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고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이다.

병원측은 이 위원장에게 "스트레스 받지 말고 쉬라"고 권유했다.

이에 청와대는 이 위원장이 직무를 원만히 수행하기 어렵다고 보고 사퇴서를 수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77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자리를 맡은 이 위원장이 한 달 만에 건강문제로 사퇴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통신업계 역시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지난 16일 본격적으로 시작한 통신과 방송 융합 작업이 이 위원장의 조기 하차로 또다시 공전할까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통방융합은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의 의견조율과 합의가 필수인데 의사결정권자인 위원장이 취임 한 달 만에 교체되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보다 격한 반응도 나온다.

청와대가 좀 더 세심하게 인사검증 시스템을 가동했더라면 노령에 따른 조기 사퇴를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얘기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 위원장은 서울대 언론학과 교수와 상지대 총장을 지낸 언론학계 원로이긴 하지만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통방융합 작업을 이끌 적임자는 애초부터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통신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청와대가 이상희 방송문화진흥원 이사장을 방송위원장으로 낙점할 때부터 말이 많았다"면서 "청와대가 자기 사람을 고집한 나머지 후보자의 연령과 건강상태를 간과한 게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현 정권 입장에서 방송위원장 자리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적임자 여부를 보다 냉정하게 살폈어야 한다는 따가운 비판의 목소리다.

통신업계는 정통부와 방송위가 구성한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출범과 연내 인터넷TV(IPTV) 시범 서비스 개시 합의로 고무돼 있다.

통신과 방송이 급속히 융합하는 시대에 보다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후임자를 청와대가 하루속히 찾아주길 통신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고기완 IT부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