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게임장만 갖고 이러느냐.성인 PC방 한 번 가 봐라.어디가 더 심한지는 가 보면 알 것이다." 성인 게임장을 운영한다는 한 사업자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따졌다.

방식만 다를 뿐 불법으로 도박 영업을 한다는 점에선 다를 게 없다는 얘기였다.

수원에서 성인 게임장을 운영하는 다른 사업자는 "꾼들은 지난해 게임장으로 재미 보고 이미 성인 PC방으로 튀었다"고 알려 줬다.

성인 게임장이 지탄받고 있는 와중에도 성인 PC방들은 은밀하게 도박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성인게임장 문제가 불거진 뒤 일부 성인PC방은 영업을 중단했다.

그러나 대부분 평소대로 영업을 하거나 문을 잠그고 뒷문으로 손님을 받고 있다.

한 성인PC방 사업자는 "게임장 때문에 경찰 단속이 뜸하지만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인PC방 문제는 바다이야기와 같은 성인게임장보다 훨씬 더 심하다.

성인게임장에서는 경품용 상품권 환전,심의기준에 어긋난 당첨률,기기조작 등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성인PC방의 경우엔 불법이 판치는 데도 규제 기준조차 없다.

성인게임장은 전국에 업소 몇 개가 있고 상품권 발행과 판돈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추정이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성인PC방은 사업장 수,판돈 규모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파악된 게 없다.

경찰은 지난 6월 전국에 5000~6000여개 성인PC방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지만 업계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성인PC방에서는 상품권을 경품으로 주는 게임장과 달리 사이버머니를 결제수단으로 사용한다.

손님이 카운터에서 현금을 내면 도박 컴퓨터에 사이버머니를 입금해 준다.

일반 PC방과 달리 인터넷이나 채팅을 할 수 없고 오로지 정해진 도박 게임만 할 수 있다.

바카라(카지노게임),세븐포커,고스톱,훌라 등의 도박을 할 수 있게 설정돼 있다.

돈을 따면 PC방측이 영수증을 발행해준다.

이 영수증을 PC방 인근이나 PC방 안에 있는 환전소에 제시하면 10% 안팎의 수수료를 떼고 현금으로 바꿔준다.

도박을 하고 딴 사이버머니를 현금으로 바꿔주는 것은 당연히 불법이다.

업주가 매 게임 판돈의 5%를 떼어 가져가고 환전소를 차리는 것도 법에 저촉된다.

게임장은 대개 나이 지긋한 아저씨들이 드나들지만 성인PC방은 말만 '성인'이 붙었지 아무나 출입한다.

'19세 이하 출입금지'라고 붙여놓고도 손님을 가려서 받지 않는다.

성인PC방에서 하는 도박 중 고스톱 포커 등 게임 포털에서 평소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많기 때문에 청소년들도 친숙해질 수 있다.

'성인PC방' 업태에 대한 규정이 전혀 없는 것도 문제다.

성인PC방에서 이뤄지는 행위는 사행성 도박이기 때문에 명백히 불법인 데도 마땅한 규제 방법이 없다.

현행법상 성인PC방은 허가제가 아닌 자유업이어서 설립에 제한이 없다.

기존 PC방이 성인PC방으로 전환하는 데도 아무런 제약이 없다.

자유업이기 때문에 영업시간 제한도 없다.

성인게임장에 비해 창업비용이나 관리비용이 적게 들어 수익성도 좋다.

이런 이유로 성인PC방은 최근 7,8개월 새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급기야 PC방 사업자들이 성인PC방의 불법 영업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며 문화관광부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지경에 이르렀고 문광부는 뒤늦게 성인PC방에 대해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반 PC방으로 신고한 뒤 불법으로 성인PC방 영업을 하는 업소가 적지 않아 효력이 의문스럽다.

PC방 업계 관계자는 "성인PC방 간판을 단 업소보다 다른 간판을 달고 영업하는 곳이 더 많을 것"이라며 "아름아름 알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사하기 때문에 목 좋은 곳에서는 성인PC방 간판을 달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