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은 24일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기업인 조찬간담회 강연(경제활성화를 위한 주요 정책과제)에서 "우리 경제의 문제점을 파고 들어가면 핵심에 노사문제가 있다"며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것은 기업들이 노사관계에 대한 불안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과 질서를 존중하는 노사관계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업 규제 완화와 관련,△연내에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의 사실상 조건 없는 폐지 방침을 재확인하고 △공정거래제도 개편 추진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 검토 등의 방침을 밝혔다.

강 의장은 "열린우리당도 경제계에서 얘기하는 게 무엇인지 다 알고 있으니 지금 추진 중인 뉴딜이 그런 것들에 대한 긍정적 신호로 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이날 강 의장의 발언을 놓고 "열린우리당 내 분위기가 기업투자 활성화 물꼬트기로 전환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지만 향후 당·정·청 협의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가시화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 출자총액제한제

강 의장은 이날 "출총제는 심리적으로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에 올해 안에 거의 폐지에 가까울 정도로 완화하는 방향으로 대안이 나올 것"이라며 "출총제가 득(得)보다 실(失)이 많다는 공감대가 당내에 만들어져 있고 청와대와 경제부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공정위의 입장은 도입배경과 3년 동안의 운영결과를 좀 평가해봐야 한다는 것이지만 명백한 것은 그게(출총제 폐지) 재계의 요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공정위가 최근 출총제를 폐지하는 대신 대기업의 순환출자 규제 방안을 도입하기 위해 논의 중이지만 규제의 강도가 크게 낮아질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강 의장은 또 출총제 폐지 시기와 관련,"원래는 공정위가 태스크포스를 통해 검토한 후 연말이나 내년 초 법 개정안을 내려고 했는데 시기를 너무 늦추지 말도록 요청해 놓고 있다"고 말해 연내 폐지를 추진하고 있음을 밝혔다.

■ 공정위 역할

강 의장은 또 "우리나라 공정거래제도의 특징은 대기업을 규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공정위는 규모에 의거한 대기업 규제보다는 대기업과 하청기업 간 경쟁질서 확립에 역할의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위해 "공정거래제도를 이른 시일 내에 개정해 내년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투명성과 지배구조시스템 제고를 위해 도입했던 제도들이 도입 취지만큼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지배구조가 잘 갖춰져 있고 경영의 투명성이 분명한 기업들이 커가는 것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강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대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공정위의 지나친 규제가 신규투자 등 기업활동을 저해하고 있으며,따라서 공정위의 역할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여당 차원에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수도권 규제

강 의장은 출총제와 함께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대표적 규제인 수도권 입지 규제에 대해서도 전향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참여정부 들어 수도권 규제가 너무 강화된 게 아니냐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수도권 입지 규제는 기업투자에 장애가 되는 게 사실"이라며 "수도권 집중에 따른 비효율·비경제적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이 규제 때문에 기업들이 (정부의 바람대로) 지방으로 가지 않고 외국으로 가거나 투자를 포기할 정도라면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강 의장은 "수도권에 공장을 짓겠다는 수요를 조사해 만약 수도권에 건설하지 못하게 했을 때 지방으로 갈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포기하고 외국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투자계획서를 제출받아 판단한 뒤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