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在均 <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 >

역사학자 E H 카는 그의 명저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갈파했다.

카의 통찰대로 역사인식은 한 사회의 진로와 향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역사의식이 없는 민족에게는 냉혹한 '역사의 복수'가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국민적 인기를 얻은 KBS 사극(史劇) '불멸의 이순신'에서는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5000명의 수군과 거북선을 필두로 한 50척의 함대가 40만 왜군과 1300척의 일본함대에 맞서 23전 전승을 거두며 조선을 구하는 통쾌한 장면이 나온다.

반면 일본은 1875년 운양호 등을 동원해 조선해역을 측량하다가 무력충돌을 일으켰고,이를 계기로 '강화도조약'을 맺어 조선을 강제 개국시키고 1905년 독도를 일본 시마네현에 편입시키는 문서를 남겼다.

또 지난 4월 일본의 해상보안청은 독도 부근 해류조사를 위해 해양조사선을 출동시키겠다고 발표,우리나라의 영토 주권에 정면 도전했다.

'역사의 복수'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노후화된 해경 경비정을 첨단 경비정으로 대체하라는 국민적 열망이 거세졌다.

2009년까지 노후화로 교체해야 할 해경 경비정은 총 31척에 달하고 새로 건조하기 위해서는 총 9000억원의 재원(財源)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 재정 여건상 단기간의 대규모 자금 조달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검토된 것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해운산업 부흥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선박투자펀드다.

외환위기 이후 선사들은 부채비율 200% 달성을 위해 약 125척(54%)의 선박을 해외에 팔고,금융여건 악화로 신규선박 확보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그래서 정부는 선사들이 민간 투자금을 직접 이용할 수 있도록 선박투자펀드를 개발했다.

2002년 도입된 선박투자펀드는 지금까지 약 2조4000억원의 자금을 조성했고,43척의 선박(286만GT)이 새롭게 건조되는 길을 열었다.

해양수산부는 이달에 해양경찰청의 경비함 건조를 위한 선박투자펀드(거북선펀드)를 처음으로 인가했다.

'거북선펀드'는 500t급 3척,300t급 4척의 경비함 건조에 소요될 1441억원 중 118억원을 일반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다음달 중 공개 모집한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수준의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이 펀드는 2008년까지 3억원 이하 투자금에 대해선 금융소득 비과세혜택을 주는 등 매력적인 투자 상품이다.

'거북선펀드'로 건조돼 2009년 2월까지 해경에 인도될 경비정들은 북방한계선(NLL)과 독도를 포함한 배타적경제수역(EEZ) 경비에 배치될 계획이다.

이번에 발행될 '거북선펀드'가 우리 바다를 지키는'불멸의 거북선'을 탄생시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