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가 10살이라면 뭘 하고 싶을 것 같아요?"

"응, 아마 축구를 하려고 집에서 뛰어나가고 있을 걸?"

천재와 천재가 만났다.

올초 8살의 나이로 대학생이 된 송유근군(인하대 자연계열 1년).그리고 중국의 '과학신동'으로 불리며 13살 때 중국 난징공과대학(현재 동남대학)에 입학한 해리 셤 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연구소장(중국명 沈向洋·39).둘은 어느 순간부터 천재라는 말이 수식어가 되어버린 특별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31살의 나이차이나 다른 언어도 이 공통점 앞에서는 큰 의미가 없었다.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이렇게 일상생활의 이야기로 감정을 나눌 만큼 금방 친해졌다.

송군은 초등학교 입학에서 대입검정고시 합격까지 8개월밖에 안 걸린 특별한 아이다.

현재 인하대에서 영재프로그램에 따라 교육을 받고 있는 공인된 천재다.

셤 소장은 4살 때 중국 상하이의 소학교에 입학했고 13살에 난징공과대에 입학해 당시 중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17살 때 홍콩대학에서 전기전자학 석사학위를 딴 뒤 미국으로 건너가 23살에 카네기 멜런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셤 소장과 송군의 만남은 셤 소장의 초청에 의해 이뤄졌다.

지난 6월 서울에 왔다가 송군의 이야기를 듣고 만나보기를 원했던 것.어릴 때 자신이 자란 것과 똑같은 모습의 송군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송군이 중국 베이징 마이크로소프트 접견실로 들어서자 활짝 웃으며 "사진에서 본 것과 똑같아.만나보고 싶었어"라고 말을 건넸다.

"아저씨 제가 10년 후에 이곳에서 일할 수 있을까요?"라고 송군이 묻자 그는 "물론이지.컴퓨터의 세계는 워낙 빨리 변하고 복잡해지기 때문에 너처럼 똑똑한 사람이 항상 필요하단다"고 말했다.

셤 소장은 지금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적인 존재다.

손으로 쓴 모든 언어를 인식하는 컴퓨터개발을 맡고 있는 등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래 상품 개발이 그의 손에 달려있다.

하지만 그는 항상 대여섯살 나이가 많은 형들과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같은 나이의 친구가 없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학교 다닐 때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 명이 필요한 축구에 미쳐 지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축구도 체격에서 차이가 많이 나 끼기가 쉽지 않았다.

8살짜리 대학생인 송군의 어깨를 다독이며 "어떤 그룹에든 끼어서 함께 어울리며 생활하는 게 필요하다"며 "정말 좋아하는 것과 재미있는 것을 찾아서 하라"고 따뜻한 말을 건네는 것은 그의 학창시절 경험에서 나온 말이었다.

셤 소장은 11살 때 가족을 떠나 학교 기숙사에 들어갔었다며 "천재는 외롭다는 말이 틀리지만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송군은 아직 어머니가 돌봐줘야 하는 어린아이입니다.

스스로 자신의 일을 결정하고 책임지려면 앞으로 배워야할 게 많지요"라며 해외여행도 자주하면서 사고의 폭을 넓히라고 충고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