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과 장하성 펀드(코리아 코퍼레이트 거버넌스 펀드) 간 지배구조를 둘러싼 공방으로 태광그룹 오너가 큰 이득을 얻게 됐다.

태광산업 자회사인 태광시스템즈가 장하성 펀드의 지분 매집 공시 직전 사들인 대한화섬 주가가 급등한 덕분이다.

25일 대한화섬은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으며 사흘째 상한가 행진을 벌였다.

이보다 앞서 태광시스템즈는 지난 10일과 21일 대한화섬 지분 1만6154주를 사들였다.

총 매입금액은 10억3000만원으로 평균 매입단가는 6만3700원이다.

대한화섬의 초강세로 태광시스템즈는 불과 10여일 만에 57%의 수익을 올리게 됐다.

태광시스템즈는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부자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오너 측의 평가익이 늘어나자 태광시스템즈의 지분 매집이 주가에 호재가 될 만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게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장하성 펀드 관계자는 "지분 매집 공시 전인 8월 초 태광그룹을 찾아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결국 태광시스템즈는 장하성 펀드 측의 지분 매입 사실을 사전에 알았고 그 직후 지분 매집에 나섰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호재를 사전에 파악하고 지분을 샀다고 보기에는 규모가 적은 편"이라며 "M&A(인수·합병) 방어 차원의 매입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대한화섬의 최대주주 지분율이 70%가 넘는 상황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해 1.34%를 매입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