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펀드의 대한화섬 공격을 계기로 증시에서 지배구조개선 테마주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중견그룹주 가운데 지배구조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움직이고 있다. 대한화섬처럼 자산가치에 비해 시가총액이 적은 자산주도 동반 강세다. 심지어 대한화섬처럼 이름에 '대한'이란 이름이 붙은 상장 종목의 주가가 덩달아 치솟는 이상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한화섬은 사흘째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은 9만9300원으로 마감돼 신고가에 육박했다. 대한화섬의 모회사인 태광산업도 8.55% 급등했다. 중견그룹주 가운데 지배구조개선펀드의 공격 가능성이 거론된 삼양사 한화석유화학 대상 등도 일제히 3∼5%씩 강세였다. 전통 자산주로 통하는 동일방직 BYC 경남기업 고려제강 만호제강 등도 오름세를 보였다.

박동명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장하성 펀드를 계기로 제2,제3의 지배구조개선 관련 펀드가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며 "지배구조 관련주가 강세를 보인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배구조개선 관련 펀드가 만들어지면 무엇보다 중견그룹주들 가운데 상당수가 1차적인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박 연구원은 중견그룹주 가운데 △그동안 배당에 소극적이었고 △자금력이 있어 공격을 당해도 방어능력이 충분하며 △보유자산 대비 시가총액이 적어 외부에서 공격하는 데 상대적으로 돈이 덜드는 기업들이 1차 후보라며 삼양사 한섬 현대상선 웅진씽크빅 풀무원 금호산업 한화석화 대한전선 대상 오뚜기 등을 대상으로 꼽았다.

유정상 PCA자산운용 상무는 "대한화섬처럼 대주주 지분율이 높아도 지배구조 관련 펀드 입장에서는 5% 이상만 취득하면 회계자료열람권 등을 통해 회사 내부의 경영상태를 속속들이 파악한 후 대주주 약점을 공격할 수 있다"며 "주가에 미치는 파괴력이 생각보다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교롭게 대한화섬처럼 회사 이름에 '대한'이 붙은 상장사는 대부분 자산주다. 대한유화 대한가스 대한제당 대한방직 대한전선 등이 대표적이다. 대한유화는 순자산이 4580억원에 달하지만 시가총액은 절반인 2132억원에 불과하다.

대한가스도 시가총액(2187억원)이 순자산가치(3373억원)의 3분의 2 수준이다. 순자산가치가 1조원 이상인 대한전선도 시가총액은 여기에 못 미치고 있다. 이들 종목도 지배구조 관련 펀드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감으로 이날 주가가 동반 강세를 보였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그러나 "지배구조의 개선 요구 자체만으로 자산의 수익력이 회복될 것이라는 얘기는 논리적 연관성이 약한데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의 경우 경영압박의 실효성을 단기간 내 확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들 자산주는 대부분 유동성이 낮기 때문에 주가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커 개인들로서는 추격 매수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