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인터뷰] 쿠쿠홈시스 2세 경영자 구본학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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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학 쿠쿠홈시스 부사장(37)은 29일 설레는 가슴을 안고 부산항으로 향한다.
일본 3대 양판점 업체 중 하나인 고즈마전기와 수출계약을 맺은 가습기 1만대 가운데 1차 물량 1000대가 이날 선적되기 때문이다.
경남 양산에 있는 쿠쿠홈시스 물류창고에서 선적을 기다리는 가습기에 '쿠쿠'(CUCKOO) 브랜드가 부착돼 있다.
이 제품들은 다음 달 중순부터 고즈마전기가 운영하는 200여 양판점에 깔리게 된다.
2002년 전기밥솥 수출에 이어 쿠쿠홈시스 가습기가 자체 브랜드로 '종주국' 일본 시장 역습을 개시하는 순간이다.
구자신 쿠쿠홈시스 회장의 장남으로 작년부터 회사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구 부사장으로서는 자신의 역량을 시험하는 또 한 번의 도전이기도 하다.
-올해로 입사한 지 만 10년째라고 하던데 그간의 변화는.
"미국 회계법인에서 일하고 있다가 1996년 부친의 부름을 받고 회사에 들어왔다. 당시만해도 우리 회사는 대기업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으로 밥솥을 납품하던 무명의 회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코끼리 (조지루시)밥솥' 등 일본 제품을 몰아내고 국내 밥솥시장의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1등 기업'으로 도약했다. 10년 전 300억원 안팎에 머무르던 매출은 올해 10배가 넘는 31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구 사장이 경영총괄을 맡은 2004년 11월부터 성장세가 더욱 빨라진 것 같다.
"지난해 당초 목표로 세운 2100억원을 훨씬 뛰어넘는 2750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에 비해 50% 이상 성장했다. 순익도 176억원에서 290억원으로 껑충 뛰었고 시장점유율도 50%대에서 70% 이상으로 높아졌다. 여기에는 때마침 LG 삼성 등 대기업이 밥솥시장에서 철수해 반사이익을 누린 영향도 컸다."
-최근 내수경기가 좋지 않은데 올해 실적 전망은.
"하반기 들어 경기가 좋지 않아 걱정이다. 그러나 올해 목표인 매출 3100억원은 무난할 전망이다. 상반기 실적이 목표를 넘어선 데다 최근 출시한 신제품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수출도 목표치인 1200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무역의 날에 '1000만불 수출탑' 수상이 확정됐다고 들었다."
-밥솥을 일본에 수출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
"99년 내수시장에서 점유율 1위에 오른 후 2000년부터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고 1차 대상을 일본으로 정했다. 밥솥기술은 일본이 종주국이지만 전기압력밥솥은 일본에 없는 제품이었기 때문에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해 9월 제품 개발에 착수,2001년 시제품을 들고 일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5단계 품질비교 테스트를 받았다. 테스트 결과 조지루시,도시바 등 현지 업체를 제치고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이에 자신감을 갖고 2002년 10월 쿠쿠 브랜드로 수출을 시작했다. 작년에는 2만대를 수출했고 올해는 할인점 등 오프라인 유통망을 대폭 확장해 5만대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습기도 자체브랜드로 일본에 첫 수출하게 됐는데.
"지난 3월 고즈마전기에서 상품개발책임자 등 4명이 쿠쿠홈시스 본사로 먼저 찾아왔다. 한국으로 시장조사를 나왔다는 그들의 관심을 끈 것은 디자인이었다. 바이어들은 상담 중에 '일본에서는 볼 수 없는 디자인이다''마치 오디오 제품처럼 디지털 느낌이 강하다'며 적극적인 구매의사를 밝혔다. 국내에서는 가습기를 '리오트'란 브랜드로 판매하지만 일본에서는 밥솥으로 이미 인지도를 쌓은 '쿠쿠' 브랜드로 판매하기로 했다"
-입사 후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1997년께 밥솥을 전량 납품하던 대기업에서 주문량을 크게 줄여 생존 위기에 몰렸다. 부친께선 전자부품제조로 전업하려 했으나 '20년간 해온 밥솥사업에서 승부를 내야 한다'고 설득해 1998년 4월 '쿠쿠'라는 자체 브랜드를 출시했다. 그러나 당시는 외환위기 때여서 출시 이후 수개월간 제품이 거의 팔리지 않았다. 마지막 승부수로 그해 11월부터 50여억원을 광고 등 마케팅에 쏟아부은 것이 주효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쿠쿠 신화'의 원동력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술력과 품질 향상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압력밥솥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해 '코끼리 밥솥' 등 일본 제품을 몰아낼 수 있었다. 납품이 끊겨 할 일이 없던 시기에 연구소를 찾아가 보니 연구인력들이 일상업무와는 관계없는 '캐드(CAD)'를 공부하고 있었다. '그냥 놀리기보다는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하나라도 익히게 하는 게 낫다'는 부친의 지론때문이었다. 이것이 나중에 제품디자인에서 경쟁사들을 압도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향후 주력할 사업 분야는.
"현재 매출의 3~5%인 수출 비중을 높이기 위해 중국 미국 등의 현지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내수시장에서는 가습기의 점유율을 높이고 전기 그릴 등 소형 주방가전 시장에 신규 진출할 계획이다. 테팔 필립스 등이 장악하고 있는 소형 주방가전시장의 제품 가격에 거품이 있다고 본다. 품질은 뒤지지 않으면서 가격은 저렴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출시해 다국적 회사들과 겨뤄볼 계획이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일본 3대 양판점 업체 중 하나인 고즈마전기와 수출계약을 맺은 가습기 1만대 가운데 1차 물량 1000대가 이날 선적되기 때문이다.
경남 양산에 있는 쿠쿠홈시스 물류창고에서 선적을 기다리는 가습기에 '쿠쿠'(CUCKOO) 브랜드가 부착돼 있다.
이 제품들은 다음 달 중순부터 고즈마전기가 운영하는 200여 양판점에 깔리게 된다.
2002년 전기밥솥 수출에 이어 쿠쿠홈시스 가습기가 자체 브랜드로 '종주국' 일본 시장 역습을 개시하는 순간이다.
구자신 쿠쿠홈시스 회장의 장남으로 작년부터 회사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구 부사장으로서는 자신의 역량을 시험하는 또 한 번의 도전이기도 하다.
-올해로 입사한 지 만 10년째라고 하던데 그간의 변화는.
"미국 회계법인에서 일하고 있다가 1996년 부친의 부름을 받고 회사에 들어왔다. 당시만해도 우리 회사는 대기업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으로 밥솥을 납품하던 무명의 회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코끼리 (조지루시)밥솥' 등 일본 제품을 몰아내고 국내 밥솥시장의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1등 기업'으로 도약했다. 10년 전 300억원 안팎에 머무르던 매출은 올해 10배가 넘는 31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구 사장이 경영총괄을 맡은 2004년 11월부터 성장세가 더욱 빨라진 것 같다.
"지난해 당초 목표로 세운 2100억원을 훨씬 뛰어넘는 2750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에 비해 50% 이상 성장했다. 순익도 176억원에서 290억원으로 껑충 뛰었고 시장점유율도 50%대에서 70% 이상으로 높아졌다. 여기에는 때마침 LG 삼성 등 대기업이 밥솥시장에서 철수해 반사이익을 누린 영향도 컸다."
-최근 내수경기가 좋지 않은데 올해 실적 전망은.
"하반기 들어 경기가 좋지 않아 걱정이다. 그러나 올해 목표인 매출 3100억원은 무난할 전망이다. 상반기 실적이 목표를 넘어선 데다 최근 출시한 신제품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수출도 목표치인 1200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무역의 날에 '1000만불 수출탑' 수상이 확정됐다고 들었다."
-밥솥을 일본에 수출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
"99년 내수시장에서 점유율 1위에 오른 후 2000년부터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고 1차 대상을 일본으로 정했다. 밥솥기술은 일본이 종주국이지만 전기압력밥솥은 일본에 없는 제품이었기 때문에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해 9월 제품 개발에 착수,2001년 시제품을 들고 일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5단계 품질비교 테스트를 받았다. 테스트 결과 조지루시,도시바 등 현지 업체를 제치고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이에 자신감을 갖고 2002년 10월 쿠쿠 브랜드로 수출을 시작했다. 작년에는 2만대를 수출했고 올해는 할인점 등 오프라인 유통망을 대폭 확장해 5만대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습기도 자체브랜드로 일본에 첫 수출하게 됐는데.
"지난 3월 고즈마전기에서 상품개발책임자 등 4명이 쿠쿠홈시스 본사로 먼저 찾아왔다. 한국으로 시장조사를 나왔다는 그들의 관심을 끈 것은 디자인이었다. 바이어들은 상담 중에 '일본에서는 볼 수 없는 디자인이다''마치 오디오 제품처럼 디지털 느낌이 강하다'며 적극적인 구매의사를 밝혔다. 국내에서는 가습기를 '리오트'란 브랜드로 판매하지만 일본에서는 밥솥으로 이미 인지도를 쌓은 '쿠쿠' 브랜드로 판매하기로 했다"
-입사 후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1997년께 밥솥을 전량 납품하던 대기업에서 주문량을 크게 줄여 생존 위기에 몰렸다. 부친께선 전자부품제조로 전업하려 했으나 '20년간 해온 밥솥사업에서 승부를 내야 한다'고 설득해 1998년 4월 '쿠쿠'라는 자체 브랜드를 출시했다. 그러나 당시는 외환위기 때여서 출시 이후 수개월간 제품이 거의 팔리지 않았다. 마지막 승부수로 그해 11월부터 50여억원을 광고 등 마케팅에 쏟아부은 것이 주효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쿠쿠 신화'의 원동력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술력과 품질 향상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압력밥솥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해 '코끼리 밥솥' 등 일본 제품을 몰아낼 수 있었다. 납품이 끊겨 할 일이 없던 시기에 연구소를 찾아가 보니 연구인력들이 일상업무와는 관계없는 '캐드(CAD)'를 공부하고 있었다. '그냥 놀리기보다는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하나라도 익히게 하는 게 낫다'는 부친의 지론때문이었다. 이것이 나중에 제품디자인에서 경쟁사들을 압도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향후 주력할 사업 분야는.
"현재 매출의 3~5%인 수출 비중을 높이기 위해 중국 미국 등의 현지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내수시장에서는 가습기의 점유율을 높이고 전기 그릴 등 소형 주방가전 시장에 신규 진출할 계획이다. 테팔 필립스 등이 장악하고 있는 소형 주방가전시장의 제품 가격에 거품이 있다고 본다. 품질은 뒤지지 않으면서 가격은 저렴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출시해 다국적 회사들과 겨뤄볼 계획이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