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聖哲 < 과학기술정책원구원장 chungsc@stepi.re.kr >

과학 기술이 경쟁력을 결정한다.

국가나 기업 간의 격차도 과학기술력에서 비롯된다.

미국의 연구개발 투자가 대략 세계 전체의 40%에 이르고 미국 일본 유럽연합의 연구개발 투자를 합하면 세계 전체의 80%가 넘는다. 그러니 이들 국가가 과학 경제 군사 등 모든 면에서 세계를 리드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우리나라도 늦게 시작하였지만 연구개발 투자에서 OECD 국가 중 여섯 번째 나라로 급성장하였다.

연구개발 투자의 성과로서 우리 경제는 기술 집약적인 구조로 발전하였고 경제 규모도 세계 10위권에 진입하였다.

이에 관한 한 우리는 우등생인 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연구개발 투자 특징을 보면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잘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연구개발 투자의 75% 이상이 민간 기업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민간 주도형의 연구개발 체제를 가지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투자는 대부분이 산업 기술개발 위주로 기초과학 연구가 매우 취약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리 산업의 연구개발 투자는 소수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 상위 20대 기업이 전체 산업 기술개발 투자의 65%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우리 산업이 소수 대기업의 경쟁력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기업 간 양극화의 원인이기도 하다.

또한 제조업 연구개발 투자의 40% 이상이 전자 정보통신 분야에 집중되어 산업 분야 간 불균형을 초래하곤 한다.

우리 연구개발 투자의 지역적 불균형도 심각하다. 연구개발 활동이 서울 경기 및 대전 지역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어 지역 간 산업 불균형의 원인이 된다.

연구개발 불균형은 산업 불균형과 맞물려 지역 격차를 심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 사회 양극화 현상의 상당 부분이 연구개발 투자의 불균형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초 연구와 개발 연구 간의 과도한 불균형,그리고 연구개발 투자의 극심한 산업별,기업별,지역별 집중 현상은 우리 과학기술 및 사회의 지속가능 발전에 심각한 저해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불균형은 개선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문제 해결을 논하기 위해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이것은 시장 신호에 충실한 기업이 선택한 결과인가 아니면 정부 정책의 결과인가? 국가혁신체제에 상존하는 불균형은 수월성을 바탕으로 하는 과학기술의 속성상 불가피한 것인가 아니면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현상인가?

이런 선행적 요인들에 대한 분석이 충분히 이뤄진 뒤에야 진정한 불균형 개선책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