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在英 < 건국대 교수·부동산학 >

대한주택공사가 최근 발표한 판교 분양가에 대해 불만이 높다.

애초 2005년 6월이던 분양 일정을 미루고 미루는 가운데 기대를 높여왔던 많은 청약 대기자들은 허탈하다.

중대형 평형의 경우 실부담액이 분당 유사 평형 아파트 가격의 90%라고 하지만,이제까지의 기다림이나 앞으로의 금리 부담(負擔),그리고 5년 또는 10년 동안 감수해야 할 주거 이전의 부자유를 생각하면 오히려 더 비싸게 느껴진다.

단지 설계나 평면,마감재 등에서 새 집이 가진 장점이 있겠지만 그래도 평당 1800만원 내외의 부담은 작지 않다.

건설교통부나 주공이 고심했던 입장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고민의 핵심은 건설원가와 시가(市價) 사이에 어떤 절충점을 택해야 하는가의 문제다.

건설원가쪽에 가깝도록 분양가를 낮추면,분양가와 시가 간의 괴리가 커지고 분양 경쟁률이 높아진다.

판교에 청약할 수 있는 수도권 1순위자 183만명 중 절반이라도 이번에 분양되는 6383가구 청약에 한꺼번에 몰릴 경우의 혼란은 상상만 해도 어지럽다.

정부의 선택은 큰 틀에서 더 좋은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수긍할 수 있지만,분양가가 비싸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청약로또 난장판을 피하면서도 무주택자들의 축제 분위기를 망치지 않는 분양가 수준이 평당 1800만원이었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다음과 같은 점에서 분양가를 좀 더 낮출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있다.

첫째로,기준이 되는 분당 아파트 가격을 너무 높게 보았다.

바로 다음날 발표된 실거래가격 공개 자료에 의하면 분당지역 평당가는 3월 평균 1815만원에서 6월 1476만원으로 내렸다.

판교 아파트의 분양가로부터 역산(逆算)해서 분당 아파트 가격을 유추해보면 높게는 2000만원이 넘는다.

아파트 가격이 내렸다고 선전할 때는 이 수치를 내밀고,분양가를 산정할 때는 저 수치를 보이는 얄팍한 수를 보면 입에 쓴 맛이 돈다.

둘째로,정부는 분당을 소위 버블세븐 지역에 포함시키고 금방이라도 가격이 폭락할 것처럼 수선을 피웠다.

현재의 가격이 비정상적인 것이라면,판교 분양가 산정에서는 다른 '정상 가격'을 기준으로 삼았어야 했다.

버블 주장은 결국 정부조차 믿지 않았던 허구인가 하는 생각에 입이 쓰다.

셋째로,판교 주택은 소위 주택공영개발에 의해 건설된다.

한국토지공사 등이 개발한 택지를 주공이 일괄 인수하여 사업 진행과 분양을 담당하고,건설회사에는 시공만 맡겼다.

일반적인 택지개발사업에서는 직접 건설회사에 택지를 팔고,건설회사들은 자신이 지은 주택을 소비자에게 분양(分讓)한다.

숟가락 놓는 사람이 많을수록 원가가 올라가는 법이다.

지금처럼 분양가가 높아진다면 주택공영개발에 무슨 효용이 있는지,더 이상 기대를 걸지 말아야 한다.

분양가를 더 내려도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은 있지만,크게 보면 청약경쟁률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추는 데 주안점을 둔 정부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분양가가 높아서 인근 분당 용인 등지의 주택가격이 폭등한다는 일부 걱정은 지나친 비약이라 할 수 있다.

1998년까지 실시했던 주택분양가 규제제도는 분양가를 묶어도 다른 주택가격은 오를 이유가 있으면 어차피 오른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분당이나 용인 주택가격이 오른다면 그 나름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판교 주택청약에 대한 열기는 주택 수요의 실상을 말해준다.

정부는 서울 강남권 주택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억지를 쓰곤 하는데,서울 통근권에 있는 양질의 주거환경을 갖춘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갈증(渴症)은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금리 인상,경기 악화,종합부동산세 부과 등에 따라 잠시 숨돌릴 틈이 있을 때,수요자들이 원하는 바를 겸손하게 관찰하고 그 수요를 충족시킬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다.

좋은 집에 살고 싶은 국민 개개인의 소망을 귀하게 받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