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누구?"

빈센트앤코,지오모나코 등 연이어 터진 가짜 명품 파동 여파로 청담동 인심이 흉흉하다.

명품 수입상들이 서로를 '족보 없는 제품'이라고 비방하고 나서는가 하면,일부는 멀쩡한 경쟁 브랜드를 경찰이나 언론사 등에 '가짜 명품'이라고 제보하는 일이 잦은 것.

지난 주말 저녁 중소 명품 핸드백 A브랜드 매장.갑자기 찾아온 한 언론사 기자가 김모 사장에게 브랜드 본사와 체결한 계약서와 장부 등을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가짜 명품이라는 의심이 간다는 이유였다.

김 사장은 "알고 보니 경쟁사에서 해당 기자에게 제보를 한 것이었다"며 "그 기자는 본사와 전화통화까지 한 뒤 돌아갔지만,당시 매장에 있던 손님들이 그런 얘기(가짜로 의심받았다는 것)를 다른 데서 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150년 된 작은 공방에서 가죽 핸드백을 수입해 판매하는 B사는 경찰의 내사를 받은 경우.

B사 사장은 2003년 이탈리아를 여행하다 해당 공방의 핸드백을 발견하고 사업성이 있을 것 같아 국내에 이를 수입해 팔아 왔다.

아예 이탈리아 본사의 지분 절반을 사들이고,아시아 판권도 획득해 중국 진출도 계획 중이다.

하지만 이번 가짜 명품 파동의 여파로 B사는 '제2의 빈센트앤코'라는 의심을 받게 됐다.

이탈리아 본사의 지분 절반을 B사가 가지고 있다 보니 경찰의 내사 과정에서 '현지 유령회사'로 몰리게 된 것.

하필이면 이탈리아가 휴가 기간이어서 본사에서 이를 해명해 줄 사람도 없었다.

이모 B사 사장은 "현지 사장에게 긴급한 상황을 알리고 휴가 중 돌아오게 해 소명자료를 만들어 경찰에 제출했다"며 "까딱 잘못했으면 언론에 가짜 명품으로 이름이 오르내릴 뻔했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