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개발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이 내달 정기 국회에서 정부·여당과 한나라당 간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건설교통부가 용산 부지를 용도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의 '용산 민족·역사공원 조성 및 정비 특별법'을 입법예고안대로 국회에 상정키로 하자 서울시도 한나라당을 통한 대체 입법이란 '맞불작전'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이미 진영 한나라당 의원(서울 용산구)은 서울시의 입장을 담은 '용산공원 조성 및 보존 특별법'을 마련,의원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용도변경 가능' 조항이 문제


정부와 서울시 양측의 최대 쟁점은 최근 입법예고된 '용산공원 특별법'에 담긴 용도변경 조항(14조)이다.

정부는 건교부 장관이 직권으로 용산 주한미군 이전 부지 중 일부에 대해 용도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건교부는 용산공원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2개(메인포스트와 사우스포스트)로 나눠진 용산 부지 본체(81만평)를 연결하려면 지하도로를 뚫어야 한다"며 "주변 자투리 부지를 개발하기 위해서라도 용도변경 조항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병직 건교부 장관은 "용산부지 본체 모두를 공원화하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며 "이런 건교부 생각을 서울시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는 건교부 장관이 용도변경 권한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지금은 부지 본체 모두를 공원화하겠다고 하지만 차후 상황에 따라 상업시설 등의 개발을 위해 용도변경을 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특별법 14조를 삭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건교부가 용산공원 조성 및 관리 비용을 서울시가 분담하도록 하는 조항을 최근 특별법에 추가,양측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진 상태다.

○내달 국회에서 충돌 불가피

서울시는 건교부가 용산공원 특별법을 원안대로 국회에 상정할 움직임을 보이자 한나라당을 통한 대체입법 추진을 공식화했다.

한나라당 진영 의원 측은 대체법안을 완성하고 세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법안에는 용산공원 부지에 대한 용도변경 규정을 없애고 용산부지 본체 81만여평을 모두 공원화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내달 정기국회가 열리면 정부안과 진 의원측 안이 건설교통상임위원회에서 맞붙는 게 불가피하다.

특히 서울시의 입장을 대변한 진 의원측 안은 한나라당 당론에 의해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도 예상된다.

동일한 사안에 대한 서로 다른 법안이 제출될 경우 상임위에서는 각각을 심사해 알맞은 것을 채택하든지,수정안을 내놓게 된다.

서울시는 국회에서도 자신의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에는 기관 간 권한쟁의심판,헌법소원,대 시민호소 등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