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건설노조는 설립이후 18년동안 12년간 파업을 해왔다.

그동안 노조 요구 다 들어주고 나니 ‘악’ 만 남았다.

내년에도 또 파업할 것 같아 이 참에 공장 문을 닫을까 한다”

포항건설업체 김 모 사장(58)은 27일 “파업으로 벌써 두달째 매출액이 전무한 상태”라며 “해마다 노사가 적이 되어 갈등을 빚는 게 이젠 죽기보다 싫다”고 밝혔다.

포항건설노조의 파업이 28일로 60일째 접어들면서 포스코가 발주하는 공사만 하는 포항지역 전문건설업체 100여개사가 부도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들 기업은 포항제철소안의 첨단 제철설비인 파이넥스 공장 등 30여개 공장· 설비현장에서 기계 전기 토목 등의 공사를 하고 있다.

원청업체인 포스코건설의 하도급을 받아 공사 실적에 따라 매달 10일 공사대금을 받아왔다.

6월에 306억원, 7월에 204억원 등 평균 250억원을 받았다.

하지만 노조 파업으로 7월이후 공사가 전면 중단되면서 이번 달에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포항제철내에서 일하는 M계전의 김모 대표(47)는 지난 17일 직원 25명의 월급 6000여만 원을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어 겨우 지급했다.

김 대표는 “이 상태로 2, 3개월 지난다면 부도가 나지 않고 버틸 재간이 없다”며 “1989년 회사를 세운이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회사를 꾸려 왔는데 지금처럼 어려운 적은 없었다”고 한숨지었다.

기계 철거및 설치업체인 S엔지니어링 오 모 사장(52)은 “지난 15일 직원 월급 1억6000만원을 가까스로 지급했지만 자재.물품.장비대여료 등 2억5000만원은 거래업체에 사정해 한 달간 미뤘다”며 “월 8억~9억원씩 들어오던 돈이 갑자기 끊겨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업체는 사장의 개인 돈이나 대출을 받아 마련한 돈으로 급한 대로 변통하고 있다”며 “회사는 회사대로 노조원은 노조원대로 생존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데 해결책은 보이지 않아 난감하다”고 말했다.

파업에 참여중인 3000여 명의 노조원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포스코 점거농성에 참가했던 노조원 유모씨(58)는 “파업 이후 지금껏 돈이라곤 만져보지 못해 당장 2학기 대학생 자녀의 등록금을 은행 대출로 메워 급한 불을 껐다”고 한탄했다.

기계설비공인 노조원 이모씨(48)는 “수입원이 끊겨 식구 다섯명이 카드대출과 빌린 돈으로 연명하고 있다”면서 “회사가 문닫은 다음에 파업을 끝내면 우리는 돌아갈 현장도 사라지는만큼 파업사태가 빨리 끝났으면 한다”고 밝혔다.

포항전문건설협회측은 “불황으로 사채까지 끌어다 쓰는 실정인데 파업사태가 이 달말까지 계속되면 최소한 3-6개 정도의 건설업체들은 바로 문을 닫아야할 것이다”며 “일부 업체는 아예 폐업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회측은 또“ 포스코가 일반 노조원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묻지않기로 약속한 만큼 노조가 구속자 석방과 강성 지도부에 대한 포스코 손배소 철회등을 지속 요구하며 파업을 지속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잠정합의안 즉각 수용을 촉구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