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세대 선수들에게 '비주얼'로 사명감 부여

'더 이상 감독 선생님의 딱딱한 훈화는 없다.

뮤직비디오가 주는 감동으로 자연스럽게 국가대표의 사명감을 느끼게 하라'
29일 싱가포르로 출국해 16세 이하(U-16) 아시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청소년대표 선수들이 집단으로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한창 훈련에 열중해야 할 선수들이 뮤직비디오를 찍었다니 의아해 할 만도 하지만 영상세대를 위한 대표팀의 특별한 배려에서 비롯된 일이다.

박경훈(45) U-16 대표팀 감독과 김경원(24) 비디오 분석관은 감수성이 예민한 연령대의 대표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해줄 방법을 고민해왔다.

그러다 일본여자팀이 한 수위의 북한을 이기기 전에 썼던 '비책'을 일본의 한 프리랜서 기자에게서 전해들었다고 한다.

일본대표팀은 '위 아 더 챔피언'이라는 노래에 자체 영상을 편집한 뮤직비디오를 경기 전날 틀어줘 감동을 받은 선수들이 '눈물 바다'를 이뤘다고 하는데 그 다음 날 신기하게도 북한을 이겼다는 것이다.

평소 영화에 관심이 많아 영상편집에 일가견이 있는 김경원 분석관은 "우리 팀도 뮤직비디오로 팀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른바 '뮤비'를 찍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곧이어 찜통더위 속에서 구슬땀을 흘리던 어린 선수들의 힘겨운 여정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졌다.

지난 8일부터 일본에서 열린 도요타 국제청소년대회에서 곧바로 효과가 나타났다.

결승 전날 뮤직비디오를 본 선수들은 감독이 굳이 말하지 않았지만 자체적으로 결전의 의지를 다졌고 결과는 우승으로 나타났다.

팀 스태프는 이번 아시아대회를 앞두고도 뮤직비디오 3장을 준비했다.

'켄트'라는 그룹의 '사커'라는 곡과 'U2'의 '위더 오어 위다웃 유',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 박지성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테마송이 뮤직비디오에 삽입된 노래다.

박경훈 감독은 "힘든 훈련 과정을 편집해 선수들에게 보여주면 자신들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된다.

이 세대들은 영상에 친숙한 비주얼 세대라 말로 훈화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파주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