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5일 창립 49주년을 맞은 동양그룹의 현재현 회장은 그룹 사장단 등 임직원 150여명과 함께 지리산 노고단에 올랐다.

창립 50주년 기념일까지 1년간 백운산 덕유산 소백산 태백산 등 백두대간의 주요 명산을 10회에 걸쳐 오르는 '백두대간 종주산행 발대식' 행사를 주관하기 위해서였다.



노고단을 찾은 현 회장은 "동양그룹이 창업 50주년을 앞두고 백두대간을 종주한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하지만 현 회장이 감격한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지루하게 계속돼 온 그룹의 구조조정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룹 회생의 중심에는 한때 그룹의 '미운 오리 새끼'였던 금융부문이 있었다.

동양그룹 금융부문은 국내 재벌 그룹들 가운데 유일하게 은행을 제외한 거의 모든 업태를 보유한 사실상의 종합금융그룹이다.

총 16개 그룹 계열사 중 △동양종합금융증권 △동양생명보험 △동양투자신탁운용 △동양캐피탈 △동양파이낸셜 △동양선물 △동양창업투자 등 7개가 금융부문이다.

금융계열사의 총자산은 약 13조원(2006년 1분기 기준)으로 그룹 전체 자산인 16조원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이처럼 그룹의 '얼굴'에 해당하는 금융부문이지만 외환위기 이후 상당 기간 제 역할을 하지 못했었다.

대표선수격인 동양종금증권의 경우 1999년 이후 2002년 말까지 거의 분기마다 100억∼400억원의 적자를 냈다.

특히 2000년 4분기엔 1400억원대의 대규모 손실을 보기도 해 그룹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하지만 2003년에 접어들면서 '턴어라운드'에 성공하기 시작했다.

2002년 4분기 마지막으로 280억원대의 적자를 낸 동양종금증권은 2003년 들어 첫 분기 17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이후 올 상반기까지 14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계속했다.

또 다른 핵심 금융계열사인 동양생명 역시 '고속 질주'를 준비하고 있다.

토종 사모펀드인 보고펀드로부터 이미 두 차례에 걸쳐 1100억원대의 투자를 이끌어낸 바 있다.

2005회계연도(2005년 4월∼2006년 3월)에 103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7년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동양생명은 특히 보고펀드로부터 500억원대의 투자를 추가로 이끌어내 자산건전화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보고펀드가 세 번째 투자를 실시하면 동양생명의 그룹 계열사 지분은 현재 90%대에서 80%대로 내려앉게 된다.

동양생명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보고펀드의 투자를 받으려고 하는데는 '그룹의 지배력이 약화되더라도 자산건전화 작업을 가속화해 생명보험 업계 상장 1호의 영광을 앉겠다'는 현 회장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회장은 지난 3월 의미심장한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대표이사 부회장 체제를 도입한 것.이날 인사에서 현 회장은 박중진 전 동양종합금융증권 부회장을 동양생명보험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동양메이저 등을 주력으로 하는 제조부문과 함께 금융부문을 양대 축으로 삼겠다는 확실한 의지의 표명이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현 회장은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국제금융을 전공한 금융통"이라며 "동양금융그룹 금융부문을 골드만삭스와 같은 한국의 대표적 투자은행(IB)으로 키우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