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가격 상승,휴대폰 판매 신장,디지털 제품 수요 확대,액정표시장치(LCD) 가격 회복세 돌입….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경제에 한 가닥 밝은 빛줄기가 보이고 있다.

바로 정보기술(IT) 경기의 상승 국면 진입이다.

산업 및 서비스업 생산증가율이 1년여 만에 최악의 수치를 기록하고 기업인들의 체감경기 또한 악화일로인 상황이지만 반도체를 필두로 한 IT경기는 조용히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접어들고 있다.

일시적인 반등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비관론도 없지 않지만 불황기에 내실을 다지면서 회복세로 돌아선 만큼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이후 D램 고정거래가격은 기존 D램 생산라인이 낸드플래시 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생긴 공급 부족으로 매월 3∼5%가량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올 들어 유난히 큰 폭으로 떨어졌던 낸드플래시메모리 가격도 최근 수요 급증으로 재고가 급감해 하락폭이 둔화하고 있다.

D램 고정거래가는 9월 중에도 5% 이상 오를 것으로 보여 일각에선 10년 만의 '슈퍼 호황'을 점치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또 4기가비트급 낸드플래시메모리 현물가격은 2월 14.7달러에서 6월 말 8.8달러까지 떨어졌으나 8월 이후에는 7달러 선을 유지하면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환율 하락 등으로 올 상반기에 고전을 면치 못했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휴대폰 판매도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8월에 1000만대 넘게 판매한 데 이어 9월에는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1100만대 출하에 도전한다.

LG전자 역시 8월에 초콜릿폰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600만대에 가까운 판매실적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인 가격 하락으로 몸살을 앓아온 LCD 패널도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모니터용 패널 가격이 8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선 데 이어 TV용 패널도 소형을 중심으로 반등 시점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만성적인 공급 과잉에 노출돼 있던 LCD 시장의 수급 상황에 변화가 일기 시작한 데다 관련 업계 역시 재고 조절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세계 2위 MP3플레이어 업체인 미국의 샌디스크가 8기가바이트급 대용량 제품을 내놓은 데 이어 애플도 비슷한 수준의 신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등 국내 반도체업계에 청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대용량 디지털 제품들의 출시는 낸드플래시 수요 확대로 이어진다.

소니가 하반기에 선보일 8~10기가바이트급 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PMP)와 휴대용 플레이스테이션 새 버전도 주목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IT업계가 저마다 야심적인 신제품을 앞세워 시장 확대에 나설 경우 IT 부품에 강점을 갖고 있는 국내 업체들이 수혜를 입게 돼 IT경기 상승세가 가속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