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위기에 처한 레인콤이 '초강수'를 선택했다.

30대 젊은 경영 컨설턴트를 공동대표로 영입하는 한편 양덕준 사장을 비롯한 창업 멤버들은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난다.

또 그동안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사업을 잠정 중단하고 본연의 MP3플레이어 사업에 매진하기로 했다.

레인콤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현 경영진을 대폭 교체·해임키로 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안을 마련했다.

그 일환으로 AT커니 경영 컨설턴트 출신인 김혁균 고문(36)이 양 사장과 함께 공동대표를 맡아 경영을 총괄하기로 했다.

양 사장은 공동대표이지만 상품기획·개발 업무만 담당한다.

사실상 경영에서 손을 떼는 셈이다.

김 대표 내정자는 전략·자금 등 경영 전반을 총괄하게 된다.

이래환 부사장 등 '아이리버 신화' 주역 임원들은 대부분 물러난다.

양동기 부사장은 조너선 사스 지사장을 대신해 당분간 미국 법인을 책임질 예정이다.

사업 구조에서도 변혁을 꾀하기로 했다.

작년부터 투자해온 와이브로 사업을 일단 접고 '아이리버 신화'의 요체인 MP3플레이어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게 변화의 골자다.

레인콤 관계자는 "와이브로 사업에서 완전히 손떼는 것은 아니다"며 "서비스 활성화 시기를 기다려 꾸준히 준비를 하고 와이브로 단말기인 'G10'도 출시 시기를 늦추겠지만 개발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양 사장이 이런 결단을 내린 것은 경영난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임원 출신인 양 사장은 7년 전인 1999년 레인콤을 설립했다.

부품 업체로 출발한 레인콤은 2000년대 초반 MP3플레이어 사업에 뛰어들어 큰 성공을 거뒀다.

2000년 8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2002년 800억원,2004년엔 4500억원으로 급팽창했다.

레인콤은 세계 3대 MP3플레이어 업체로 이름을 날리게 됐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 애플컴퓨터가 야심작인 '아이팟 셔플'과 '아이팟 나노'라는 플래시메모리 MP3플레이어를 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해외 매출이 급감했고 국내에선 삼성전자 코원시스템 등에 밀리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레인콤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와이브로 사업에 '올인'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행보가 좀 빨랐던 것일까.

와이브로 시장은 좀체 활성화되지 않았고 경영 실적은 급격히 악화됐다.

지난해 350억원 적자를 냈던 레인콤은 올 상반기에만 44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매출은 720억원.2002년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경영 실패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고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고심 끝에 MP3플레이어 사업으로 회귀하기로 한 레인콤의 처방이 과연 회생수가 될지는 미지수다.

주위에서는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레인콤의 해외 지사와 유통망이 상당히 망가진 상태여서 MP3플레이어 사업이 제대로 살아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