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스찬 아쿠리 < HSBC 부대표 sebastianarcuri@kr.hsbc.com >

서울의 화창한 가을날 오후, 따사로운 햇살과 상쾌한 바람이 당신 얼굴에 맺힌 땀을 닦아준다.

방금 한강변을 따라 3km를 뛰었다.

이렇게 매일 하루 4시간씩 근무하고 일주일에 세 번씩 빠뜨리지 않고 열심히 운동을 한다.

조깅 후 넘치는 활력을 느끼며 아파트에 들어서면 충실한 가정용 로봇이 방금 짜낸 신선한 주스를 들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로봇으로부터 당신 신체가 최상의 상태라는 좋은 소식을 듣는 순간 거실 문이 열리고 30여명의 친척이 생일축하 노래를 부른다.

아내가 당신의 100번째 생일을 위해 깜짝 파티를 준비한 것이다.

그렇다,당신은 100살이다!

이런 것이 가능할까? 50년 후에는 노후를 이렇게 보낼 수 있을까? 우리 몸은 첨단 의료과학 발전의 혜택을 전적으로 누릴 수 있을까? 은퇴 후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가능할까? 아무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지금 현재 우리의 은퇴생활과 50년 후 새로운 세대가 누릴 은퇴생활이 사뭇 다를 것이라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50년 전에는 은퇴가 휴식으로 간주되었고,30년 전에는 보상으로 여겨졌다.

15~20년 전쯤에서야 은퇴 후 경제적으로 보장받는 여가(餘暇) 생활이라는 개념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지금은 이러한 은퇴에 대한 개념이 다시 바뀌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은퇴와 고령화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겠지만 한 가지 공통적인 관심사는 우리 삶에서 생산적이면서도,여생을 보낼 수 있는 부수적 수입을 확보할 수 있는 일을 함으로써 은퇴 이후의 경제적인 삶을 부양(扶養)하는 것이 가능한가의 문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비록 한국사회도 고령화해 가는 사회이지만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으로서 바라봤을 때 한국 사람들이 직급에 관계없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회사에 충실한지,비교적 짧은 기간에 기술력이 얼마나 발전했는지에 감탄한다.

이러한 긍정적인 자세로 정부 회사 개인이 함께 노력하면 한국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심각한 인구 변화에 준비하고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50~60년간의 경력을 쌓아왔고 은퇴 후에도 일할 수 있는 건강하고 충실한 직원들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라.이러한 직원들이 새로운 기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를 활용한다면 어떨까….

이러한 장점 덕분에 한국의 고령화 인력은 기술력이 뛰어나지도 않고 충실하지도 않은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역동적인 한국에 맞는 역동적인 한국인들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