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유일하게 카프로락탐(나일론 원료)을 생산하는 카프로 울산공장.지난달 3일부터 계속된 전면 파업으로 이 공장이 적막에 휩싸인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지난달 12일 회사측의 직장폐쇄에 맞서 조합원들은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다.

공장가동이 중단된 1,2공장 말고 제3공장을 돌리기 위해 동원된 비노조원들만 공장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카프로의 파업 여파로 이 공장에서 카프로락탐을 90% 이상 공급받아 나일론을 생산해온 코오롱 효성 KP케미칼 등은 공장가동률을 줄이거나 일본으로 조달선을 돌리는 등 비상이 걸린 상태다.

코오롱 구미공장은 액체상태 카프로락탐 재고가 바닥나자 공급받는 고체의 카프로락탐을 잘게 쪼개 원료공정에 넣는 번거로운 작업을 하고 있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코오롱은 나일론 생산량을 20%나 줄였다.

효성도 이달부터 공장가동률을 낮출 계획이다.

적자 속 한 달째 파업 강행

카프로는 2004년을 제외하고 2000년대 들어 적자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당기순손실액이 246억원에 이른다.

중국제품의 저가공세,고유가에 따른 원료값 상승,달러 대비 원화 환율의 하락 등으로 가격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런 상황에서 파업으로 매일 8억원씩 매출 손실을 기록,파업에 따른 매출손실액이 240억원을 넘어섰다.

이런데도 노조는 12.8%의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지급수당까지 포함하면 총인상률은 18.8%에 이른다고 회사측은 주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6100만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민간기업인가 공기업인가

카프로 노조는 2004년에도 50여일간의 장기파업을 벌였다.

2년 만에 또 다시 한 달 넘게 파업을 벌일 정도로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매년 반복되는 데는 카프로의 공기업적인 경영행태도 '한몫'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기업이었던 카프로는 1974년 민영화되면서 효성 코오롱 고합 등 3사가 지분을 나눠 가졌다.

그러나 민영화 이후에도 군장성 출신,경제부처 공무원 출신이 돌아가며 최고경영자를 맡는 '낙하산 인사'를 거듭해왔다.

현 이인원 사장도 예금보험공사 사장 출신이다.

이렇다 보니 방만한 경영은 물론 파업 이후에는 '호봉 승급 잔치'에 '타결 축하금 잔치'까지 벌이며 노사 양측이 '모럴 헤저드'에 빠진 것.노조는 "회사가 신제품 개발이나 기술투자 등 미래경쟁력 확보보다는 손쉬운 인력구조조정만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주주인 A사 관계자는 "주주들이 유상증자를 해줬던 2004년에 증자한 돈으로 임금을 올려달라는 노조의 요구나,파업 이후 호봉 승급 잔치를 벌여준 사측의 태도에 기가 막혔었다"고 말했다.

또 50일 넘게 파업하나

카프로의 파업은 벌써 30일을 넘어 50일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노사관계는 꼬여만 가고 있다.

회사의 직장폐쇄에 대해 노조는 "3공장을 가동하는 부분적인 직장폐쇄는 노조의 정당한 파업권을 침해한 행위"라며 최근 울산지법에 '위장직장폐쇄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도 노동부에 작업중지명령을 내릴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회사는 이번만은 법과 원칙으로 노조 파업에 대응한다는 입장이어서 사태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울산=하인식 기자,정태웅·유창재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