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어느날 인천공항.50대로 보이는 중년 남자가 휴대폰으로 탑승 게이트 앞에서 뭔가를 하고 있다.

10여초 뒤 그는 휴대폰을 덮고 게이트를 통과한다.

동행한 다른 남자가 그에게 묻는다.

"조금 전 휴대폰으로 뭘 한 거야?" "응,영화 두 편 다운받았어.어젯밤에 내려받으려 했는데 깜빡 잊었지 뭐야.비행 도중 보려고." "30초도 안 걸린 것 같은데 두 편을 다운받은 거야?" "4G폰이니까 그렇지."

같은 날 서울시내 유명 호텔 컨벤션 센터.외국 바이어와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가 열리기 직전이다.

K이사는 회사로부터 긴급 연락을 받는다.

프레젠테이션 동영상에 오류가 있어 다시 만들었으니 다운로드 받으라는 것.그는 4G 단말기를 꺼내 10여초 만에 다운받아 재빨리 동영상물을 교체한다.

기업설명회를 성공리에 마친 그는 4G 단말기에 입을 맞춘다.

"4G,네 덕분이다."

4세대(G) 이동통신 기술이 구현할 비즈니스 세계다.

공항에서,회의장에서 대용량 데이터를 불과 몇 초 만에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세상이다.

영화 한 편을 다운받는 데 보통 20~30분씩 걸리고 중간에 끊김 현상까지 발생하는 요즘 통신세계와 차원이 다르다.

4G는 어떤 기술인가.

그리고 상용화가 이뤄지면 우리의 통신생활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지난달 31일 제주도 서귀포에서 열린 '삼성4G포럼 2006'은 4년여 뒤 상용화할 4G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4G기술을 공개 시연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4G기술의 핵심인 핸드오버(기지국과 기지국 사이를 통과할 때 신호를 끊김 현상 없이 연결해주는 것)에 성공했다.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4G 시연 성공은 올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와이브로에 이은 또 하나의 미래 먹거리 창출"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4G는 지금까지 개발된 이동통신 기술보다 전송속도가 빠르다.

이동통신 기술은 전송속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G는 정지 중일 때 1Gbps(1초당 1기가 바이트 전송),이동 중일 때 100Mbps의 전송속도를 구현해야 한다.

이런 속도는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 중인 2세대 CDMA(부호분할다중접속)의 전송속도와 비교할 수 없이 빠른 속도다.

최근 나오기 시작한 3세대 광대역 부호분할다중접속(WCDMA)과 고속하향접속패킷(HSDPA)보다 50~100배나 빠르다.

이동통신에서 50~100배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심지어 올해 상용화가 이뤄진 와이브로보다 5~50배 빠르다.

실제로 4G기술이 휴대폰에 실리면 시속 60km로 달리는 차 안에서 고화질(HD) TV 영상물 여러 편을 수십초대에 내려받을 수 있다.

차를 타지 않고 서서(정지 상태) 다운받으면 영화 1편을 5.6초에,음악 100곡을 2.4초에 내려받을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는 특히 32개의 HD방송 화면을 한 번에 다운받으면서 초고속 인터넷에도 접속할 수 있다.

동시에 화상통화도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빠른 전송속도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결국 4G는 이동통신 기술의 핵심인 이동성과 대용량 전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기술인 셈이다.

4G기술이 가져올 생활의 대변화도 주목거리다.

4G가 작은 단말기에 담기면 휴대폰 하나로 모든 일이 가능해지는 '휴대폰 만능시대'가 열린다.

삼성전자는 "4G는 음성과 영상 데이터 정보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트리플 플레이 서비스(TPS)를 가능케 해준다"고 설명했다.

즉 방송과 통신이 빠르게 융합해가는 시대에 맞춰 음성통화와 TV 시청,인터넷 사용,영화 및 음악 감상 등이 하나의 단말기에서 가능해진다는 것.이기태 사장은 "4G시대에는 휴대폰이 모든 기기들을 제어하는 중앙처리장치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외부에서 휴대폰으로 냉장고 에어컨,TV 등 집안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고 재택 학습과 원격 금융거래 등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4G 휴대폰은 커뮤니케이션 채널로도 활용된다.

방송 중에 실시되는 이벤트에 시청자가 휴대폰을 이용해 답하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TV나 인터넷이 맡고 있는 기능을 대신하는 셈이다.

원스톱 업무도 가능해진다.

휴대폰으로 전자티켓과 여권을 다운받을 수 있다.

해외에서 자동로밍은 물론이고 TV 드라마에 나오는 여자 연기자의 옷을 온라인으로 쇼핑할 수 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든 4G폰만 있으면 모든 네트워크에 연결돼 따로 무선인터넷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번 포럼에서 미스터 4G(Mr.4G)라는 별명을 얻은 이기태 사장은 "2008년께 4G폰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세계 표준화를 선도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갖춘 만큼 문호를 개방해 여러 나라들과 표준화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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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은 진화한다

이동통신 기술에는 수준별로 4가지 세대로 구분한다.

세대는 영어의 ‘Generation(세대)’의 첫글자를 따 G로 사용하기도 한다.

1G는 1980~1990년 중반까지 상용화된 주파수식 아날로그통신을 말한다.

음성통신만 가능했다.

2G는 1996년부터 등장한 CDMA(한국 및 미국식)와 GSM(유럽식)의 시대다.

주파수 대신 디지털 신호를 사용했고 음성 문자메시지 저속인터넷이 가능해졌다.

3G는 HSDPA와 WCDMA의 시대다.

작년부터 상용화돼 세력을 확장중이다.

유럽과 일본이 우리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해 사용중이다.

전송속도는 2~14Mbps.화상통화와 고속인터넷 이메일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가능하다.

삼성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환 휴대인터넷(와이브로)은 3.5G쯤 된다.

삼성이 시연한 4G는 아직 세계기술표준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삼성이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4G는 차세대 서비스인 와이브로에 이은 차차세대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