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의 단속 강화로 대다수 성인오락실이 문을 닫은 틈을 이용,불법 카지노 도박장이 부활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가정집에 무허가 카지노 도박장을 개설,불법 영업한 혐의(관광진흥법 위반)로 도박업소 사장 조모씨(33)에 대해 지난 2일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고모씨(48) 등 6명을 불구속입건했다.

조씨 등은 지난달 29일부터 최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2층짜리 가정집(132평)에 카지노 시설을 설치하고 이 곳을 찾은 손님 40여명에게 '바카라'를 하게 하는 등 5억원 규모의 도박판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가정집을 월 2000만원에 빌려 도박장으로 꾸민 뒤 출입문 입구에 무전기를 소지한 '문방'(주변을 감시하는 문지기를 일컫는 도박계 은어) 2명을 배치하고 폐쇄회로TV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도박장 출입자들을 철저히 통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신사동 비밀도박장 문을 부수려고 시도하는 동안 비밀 통로로 빠져나간 도박꾼들이 담을 넘어 이웃집을 거쳐 도망하는 바람에 절반 정도만 현장에서 붙잡았다"며 "이웃집에서 개 짖는 소리가 나길래 얼른 그 쪽으로 갔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다 놓칠뻔 했다"며 단속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와 유사한 불법카지노장은 서울 강남지역과 경기도 일산,의왕 등 수도권 유흥지역에 몰려 있다. 일반음식점 등으로 허가받은 후 카지노 시설을 차려 놓고 딜러를 고용해 블랙잭,바카라 등 도박을 하는 '카지노 바'는 전국에 500여개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비밀도박장은 기존 회원의 소개가 있어야 이용할 수 있는 비밀회원제로 운영된다.

조직폭력배들이 특급호텔 카지노나 강원 정선카지노 출신 딜러들을 고용해 영업하는 경우가 많으며 판돈도 하루 수억∼수십억원 수준에 이른다.

잭팟이 터지더라도 기껏해야 200만∼300만원에 그치는 '바다이야기' 등 릴게임과는 차원이 다른 도박인 셈이다.

한편 한동안 자취를 찾기 힘들었던 사행성 성인PC방도 새로운 형태로 영업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영등포 경찰서는 3일 음식점 내부에 컴퓨터 10대를 설치한 뒤 불법영업을 해온 김모씨(46)를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김씨는 손님들에게 현금을 받고 사이버머니와 도박사이트의 게임ID,비밀번호를 제공한 뒤 고객이 사이버머니를 따면 4%의 이익을 챙겨왔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