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세 이하 세계여자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다.

북한은 4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로코모티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결승에서 해트트릭(3골)을 기록한 김성희의 맹활약을 앞세워 중국을 5-0으로 크게 이기고 우승컵을 안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최한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건 남북한을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북한은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세계여자청소년대회에 처음 참가해 우승까지 차지해 파란을 일으켰다.

북한은 결승까지 6경기를 치르면서 18골을 넣고 1골만 내줬다.

지난 4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중국에 당한 0-1 패배도 깨끗이 설욕했다.

북한은 전반 29분 조윤미가 페널티지역 내 왼쪽에서 중국 수비수 2명과 혼전 중 선제골을 따내 기선을 제압했다.

이어 김성희가 전반 39분 추가골에 이어 전반 인저리 타임 코너킥에서 골키퍼가 쳐낸 볼을 다시 차넣어 압승을 예고했다.

김성희는 후반 7분 중거리슛이 중국 골키퍼의 손을 맞고 흘러나온 것을 또 한번 골문 안으로 밀어넣어 혼자 3골을 기록했다.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은 북한은 후반 11분 길선희가 코너킥을 받아 가볍게 차넣어 쐐기를 박았다.

이번 대회 개인통산 5골 1어시스트를 올린 김성희는 실버슈를 받았으며, 중국 스트라이커 마샤오슈가 5득점 2도움으로 득점상인 골든슈와 최우수선수(MVP)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을 받았다.

북한 대표팀은 특히 공정한 경기를 한 팀에게 주어지는 FIFA 페어플레이상도 수상했다.

게다가 이번 대회 성적을 토대로 FIFA 기술연구그룹(TSG)가 선정한 올스타팀 21명 명단에도 수비수 리진옥과 리은향, 홍명금, 미드필더 김경화와 김춘희, 공격수 길선희 등 6명이 이름을 올려 16개 참가팀 중 가장 많은 올스타를 배출했다.

한편 최광석 북한 감독은 "장군님과 조국 인민들의 기대에 보답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 감독은 "오늘 우리의 참모습을 보여줬다"면서 "우리한테는 재능있는 선수들이 많다.

이번 대회에서 성공은 더 많은 유능한 선수들을 발굴하고 육성해야 할 이유가 있음을 입증했다"고 덧붙였다.

결승전 MVP로 선정된 김성희는 "우리나라는 축구에 관한 한 작은 나라가 아니고 세상을 뒤흔드는 나라다"라고 말했다.

경기는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수중전으로 진행됐으며, 비탈리 무트코 러시아축구연맹회장과 FIFA 주요 인사들이 경기를 지켜봤다.

북한 대표팀 유니폼과 같은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나온 300여 명의 북한 응원단은 경기 내내 서서 관전하며 "이겼다"와 "강성대국"을 연호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김병호 특파원 jerom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