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진주' 비제이 싱(피지)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도이체방크챔피언십에서 2년 만에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맞대결을 펼친다.

싱은 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턴의 보스턴TPC(파71.7천451야드)에서 열린 3라운드에서 이글 1개에 버디 9개, 보기 1개를 묶어 10언더파 61타의 불꽃타를 휘둘렀다.

2003년 애덤 스콧(호주)과 작년 마르켈 짐(독일)이 세웠던 코스레코드 (62타)를 갈아치운 싱은 중간합계 11언더파 202타로 단독 선두로 뛰어 올랐다.

61타는 싱의 생애 최소타 기록이기도 하다.

전날 강풍에 휘말려 1타를 잃었던 우즈는 보기없이 4개의 버디를 뽑아내 4언더파 67타로 싱에 3타 뒤진 공동 2위로 올라섰다.

2타를 줄인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도 공동 2위에 올랐지만 3라운드 스코어가 더 좋은 우즈가 싱과 함께 챔피언조로 4라운드를 치른다.

이에 따라 호사가들은 2년 전 이 대회 최종 라운드의 기억을 되살리는데 분주했다.

미 언론도 노동절 휴일에 치러질 마지막 4라운드를 놓고 '노동절의 대격돌'이라고 이름 붙이고 둘 사이에 얽히고 설킨 관계를 풀어냈다.

2004년 대회에서 싱은 올해와 똑같이 우즈에 3타 앞선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서 동반 플레이에 나섰고 치열한 접전 끝에 3타차 완승을 거뒀다.

싱에게 당시 우승이 뜻깊었던 것은 264주나 세계랭킹 1위를 지켜오던 우즈의 '독주체제'에 마침표를 찍고 난생 처음 '월드 넘버원'으로 우뚝 선 무대였기 때문이다.

우즈를 '넘버 투'로 밀어냈던 싱에게는 그때가 인생의 최고 절정기였다.

하지만 다시 만난 지금은 처지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우즈는 메이저대회 2승을 포함해 6승을 올렸고 특히 최근 4개 대회 연속 우승으로 '당할 자가 없다'는 찬사를 받고 있으나 싱은 1승에 그치면서 세계랭킹은 4위까지 처졌다.

더구나 싱은 우즈가 정상에 오른 브리티시오픈과 PGA챔피언십 등 2차례 메이저대회에서 컷오프되는 수모까지 겪었다.

싱은 "이곳에서 아주 좋은 추억이 있다"면서 "오늘 너무 잘 쳐서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누구를 상대로 경기를 치르느냐는 전혀 알 바 아니다.

플레이에만 집중하겠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지켜보라"면서 애써 우즈와의 맞대결을 의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우즈에게는 이번이 설욕의 기회이자 도이체방크챔피언십 무관의 한을 풀 수 있는 기회이다.

4화째를 맞는 도이체방크챔피언십에서 우즈는 2003년 공동 7위에 이어 2004년에는 싱에 밀려 준우승에 그쳤고 작년에는 공동 40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5개 대회 연속 우승을 노리고 있는 우즈는 이번에도 싱에게 무릎을 꿇는다면 세계랭킹 1위를 빼앗긴 것 만큼 뼈아픈 타격이다.

더구나 우즈와 싱은 PGA 투어에서 사이가 나쁘기로 소문이 난 처지.
한때 싱이 캐디에게 '타이거가 누군데?'라고 적힌 모자를 쓰고 경기에 나서도록 해 사이가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둘은 뚜렷한 이유도 없이 서로 싫어하는 사이가 됐다.

우즈 역시 싱과 맞대결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다만 "전보다 잘 치면 좋겠다"고 한마디했지만 주로 코스 컨디션에 대한 언급과 최종 라운드에서 좋은 경기를 하겠다는 다짐이었다.

강풍은 잠들었고 흠뻑 내린 비로 그린이 부드러워 경기가 수월했다는 점을 들어 "내일도 코스 컨디션이 이렇게 좋으면 많은 버디를 잡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3라운드에서 공동선두였던 로즈는 그런대로 우승 경쟁에서 살아남았지만 전날 홀인원의 행운을 누리며 공동선두로 뛰어 올랐던 로버트 앨런비(호주)는 2오버파 73타를 쳐 합계 4언더파 209타로 공동 6위까지 밀렸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