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 시장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체면을 생각해서 갖출 것은 다 갖춰야 한다는 것은 옛날 얘기다.

예비 신혼부부들이 신혼집의 크기와 자신들의 생활 패턴을 고려한 실용적인 제품들을 주로 찾고 있는 것.전자제품은 조금 비싸더라도 세 가지 이상의 기능이 합쳐진 컨버전스 상품을 선호한다.

가구도 색상과 소재를 한 가지로 맞추기보다는 '믹스 앤드 매치' 경향을 반영해 색상과 소재를 각각 달리 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느낌을 주는 제품으로 구성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또 혼수 구색 중 긴요하지 않은 것은 빼고 꼭 필요한 상품에 올인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도 일반화하고 있다.


◆트리플 컨버전스(융합·복합) 전자제품 인기

공기청정기에 살균 기능까지 더한 에어컨,스팀살균은 물론 구김 제거가 되는 세탁기,더블 홈바는 물론 LCD 모니터까지 갖춘 냉장고 등 이른바 '트리플 전자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전자레인지의 경우에도 오븐,그릴 기능까지 함께 들어 있는 제품이 혼수용품으로 일반화하고 있다.

혼수의 필수품으로 통하는 냉장고에도 컨버전스 제품이 인기다.

삼성전자 지펠이나 LG전자 디오스에서 내놓은 최신형 냉장고들은 무선 LCD 홈 패드를 부착해 주방일을 하면서 TV시청·라디오 청취 및 내장 식품 관리,스케줄 관리까지 가능토록 했다.

가전업체에 따르면,냉장고를 구입하는 예비 신혼부부들의 70% 이상이 이런 융합·복합형 냉장고를 찾고 있다.

PDP·LCD 디지털 TV의 경우에도 컴퓨터 모니터로 사용이 가능하고 생방송 일시정지 및 녹화 기능이 들어 있는 제품이 혼수 가전의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이 밖에 소형 가전의 경우에도 MP3플레이어와 전자사전의 복합 기능을 가진 제품이나 MP3플레이어,디지털 카메라,이동식 디스크,보이스 레코더,PC 카메라 등 다기능을 갖춘 캠코더 등이 판매를 주도하고 있다.


◆가구와 그릇은 '믹스 앤드 매치' 두드러져

혼수 시장에 나온 가구나 그릇 신상품들의 경향도 올 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화려한 색감과 신선한 느낌을 강조하던 예전과 달리 올 가을 혼수 시장 트렌드는 '신자연주의'와 '믹스 앤드 매치'다.

최대한 자연스러운 느낌을 살리면서도 한 가지 이미지로 통일하지 않고 제품에 따라 각각 다르면서도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스타일이 호응을 얻고 있는 것.

가을 혼수철을 겨냥한 가구 신제품들을 보면 옷장 침대 서랍장 등 주요 품목에 티크 등 자연스러운 느낌의 나무 소재가 많다.

여기에 블랙 색상으로 포인트를 줘 도회적인 느낌을 가미한 제품도 인기다.

가죽이나 조개껍질 장식으로 단장하거나 옷장문에 광택 나는 유리를 붙이는 등 소재 면에서도 '믹스 앤드 매치' 경향이 두드러진다.

좁은 신혼집에 적합한 수납 가구와 접이식 침대,소파와 침대로 모두 활용이 가능한 다기능 소파베드 등 공간 활용형 슬림 가구들도 인기다.

유통업체들에 따르면 이 같은 슬림형 가구는 올 들어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0%가량 급증했다.



그릇 세트의 경우 전반적으로 거친 느낌의 토기와 옹기류는 줄어들고 매끄럽게 가공한 정통 도자기 제품이 부활을 알리고 있다.

모양은 둥근 것보다는 사각 형태가 주류다.

그렇다고 밋밋한 정사각형은 아니고,여기에 살짝 변화를 가한 퓨전 스타일의 식기류가 많이 나와 있다.

구성에서도 획일적인 한 세트 구매에서 다양한 형태와 디자인의 식기를 용도에 따라 모아서 장만하는 게 신세대 예비 부부들의 특징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 필요

혼수 장만에서도 거품을 뺄 곳은 과감히 빼고,꼭 쓸 곳에만 과감히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

예비 신부 예물은 3∼4개의 세트로 구색을 맞추기보다는 알 굵은 다이아몬드 반지나 명품 반지 하나로 끝낸다.

예비 신랑의 경우에도 잘 쓰지 않는 넥타이핀 커프스 등은 과감히 빼고,캐주얼 차림에도 잘 어울리는 실속형 주얼리 예물시계로 장만하면 된다.

'이때가 아니면 못 산다'는 생각에 20자 장롱에 42인치 PDP TV,더블침대 등 큼직큼직한 것만 골라 구입하면 오히려 촌스럽다는 얘기를 듣는다.

새로 시작하는 집에 잘 맞고 사용하기 편리한 것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대형 가전은 매년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집을 넓혀가면서 구입해도 된다.

혼수정보를 교환하는 사이트에 가입하는 것은 필수다.

웨프(www.wef.co.kr) 마이클럽(www.miclub.com) 등이 대표적인 곳이다.

여기에서 먼저 결혼한 이들이 올려놓은 후기를 참고해 원하는 상품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정보를 얻어가면 발품을 파는 수고를 조금이라도 덜 수 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