柳在成 <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 >

대부분 직장인들의 업무 공간을 살펴보면 공통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기혼 직원들의 경우 가족이나 아이들의 사진이 꼭 있다는 점이다.

핀으로 벽에 고정시켜 놓는 사람,액자에 넣어 놓는 사람,컴퓨터 바탕화면,스크린 세이버로 설정해 놓는 사람 등 방법도 다양하다.

그러나 이렇게 간직하고 있는 가족 사랑,아이 사랑에 비해 한국의 가장들은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꼴찌'수준이다.

얼마 전 일본 국립여성교육회관에서 실시한 국제 비교조사에 의하면 한국 일본 미국 프랑스 태국 스웨덴 등 6개국 중 한국의 아빠들이 평일 하루 평균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 요인은 한국 아빠들의 장시간 노동에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이런 모습은 아빠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 취업인구가 급증하면서 엄마들이 자녀들과 보내는 시간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보내고 싶은 마음과 필요성은 과거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

이것은 직장인 모두가 느끼는 보육(保育)의 어려움이고 나아가 심각한 저출산의 큰 원인이기도 하다.

이제 보육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보육을 더 이상 부모들만의 책임으로만 국한해서는 안된다.

그들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더 나아가 정부와 사회 모두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이런 인식에서 지난해 9월부터 여성가족부가 중심이 되어 시작된 것이 '육아(育兒)데이' 캠페인이다.

공(公)보육의 주체인 부모,기업,정부가 함께 보육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자는 것이다.

기업은 '육아데이'로 설정된 매월 6일만이라도 어린 자녀를 둔 직장인들이 정시 퇴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부모는 이를 통해 자녀 보육에 보다 많은 시간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캠페인 취지에 동감해 여러 회사들이 초기부터 참여해,이날만은 상사 눈치 보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퇴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육아데이' 캠페인 참여는 공보육 정착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동참이란 의미도 있지만,기업 측면에서도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야근에 시달리는 직원들이 정시에 퇴근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휴식을 취하는 것은 주말에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것과는 또 다른 상쾌함을 준다.

직장인들이 아이들과 가족,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이는 분명 내일을 위한 바람직한 충전의 시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직장인들이 가족과 자기를 돌아보는 여유를 갖고 개발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회사에서 보면 커다란 플러스 요인이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좋은 취지라는 생각에서 '육아데이' 캠페인에 동참한 회사들도 이제는 직원 역량개발과 업무 효율성 향상이라는 면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많은 기대 또한 갖고 있다.

'육아데이' 홈페이지를 보면 참여하는 회사마다 아이들과 함께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회사 차원에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놀이교실을 운영하거나 외식비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실시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회사는 아이를 돌보는 '육아데이' 외에도 미혼 직원들에게 자기 계발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적극적으로 성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육아데이'를 '육아(育我)데이'로까지 발전시켜 각 부서장과 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이렇게 '육아데이' 캠페인의 취지를 각 기업들이 힘들더라도 조금씩만 더 발전시킨다면 장기적으로 각 기업에는 더욱 많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육아데이' 캠페인은 보육의 중요성을 국민 모두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작지만 의미있는 실천이라 생각된다.

더욱이 직원들에게 작은 행복과 보람을 줄 수 있다면 그 효과는 배가할 것이다.

내 책상에 놓여 있는 가족 사진도 오래 전 것인데,이번 '육아데이'에는 가족 사진을 새로 찍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