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의 모습이 사진에 예쁘게 나오길 바란다.

고객의 이런 욕구를 만족시켜 찍을수록 유능한 사진가로 통하게 마련이다.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에서 근무하는 이정은씨(32)가 자신의 사진실력을 뽐내는 방법은 정반대다.

그는 고객의 미(美)를 해치는 흉터나 기형부위가 최대한 잘 드러나도록 사진을 찍는다.

그는 임상사진가다.

"성형외과 수술을 받는 환자들이 저의 손님이에요. 치료경과를 확인하고 나중에 학술자료로 사용토록 하기 위해 환자의 수술 전·후 모습을 사진에 담는 것이 제 임무죠."

임상사진가는 일반인은 물론 사진가들 사이에서도 생소한 직업이다.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한 이씨는 "삼성서울병원에 입사하기 전까지만 해도 임상사진가라는 직업이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털어놨다.

이씨에 따르면 국내 임상사진가는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해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대학병원에 5명 정도가 일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임상사진만을 전문적으로 찍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아직까지는 의사나 행정직원들이 임상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아요. 요즘 디지털카메라가 널리 보급돼 사진을 잘 찍는 분들이 많이 계시잖아요. 하지만 임상사진은 환자들의 수술 전·후 모습을 각각 구도,색감,표정,포즈 등이 일치하도록 찍어야 돼요. 사진가의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이죠."

이씨는 삼성서울병원에 들어오기 전 1년간 잡지사 사진기자로 일했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회사가 2002년 부도가 나자 그는 새로 직장을 찾아 나섰다.

그러던 중 모교 홈페이지를 검색하면서 삼성서울병원에서 사진 전공자를 뽑는다는 구인광고를 본 것이 임상사진가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가 됐다.

임상사진가는 환자들을 찍는 만큼 의사나 간호사들과 마찬가지로 환자들의 가슴 아픈 상황과 직접 맞부딪쳐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는 개인병원과 달리 미용 목적보다는 얼굴기형이나 화상 등을 치료하기 위해 오는 환자가 대부분이다.

"환자들이 사진을 찍을 때 '이런 모습을 보여줘서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는 매일 보는 거라서 괜찮다고 답하기는 하는데 별로 위로가 돼 드리는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마음이 아프죠."

이씨는 앞으로 국내에 임상사진가가 더욱 늘어나 협회까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임상사진은 아직 표준화가 덜 돼 있어요. 예컨대 눈수술하는 환자는 전후좌우 모습 찍고 치켜뜬 모습,눈감은 모습을 추가로 찍어야 한다는 등의 기준 말이죠.협회가 생기면 임상사진가들끼리 가장 적합한 표준을 만들어 임상사진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봐요."

그는 "더 나은 임상사진을 찍기 위해 앞으로 해부학도 공부할 계획"이라며 "여건이 된다면 임상사진에 대한 논문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