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버스로 두 시간 거리의 갈란타 시(市).4일(현지시간) 찾은 갈란타시는 고층 빌딩을 찾아볼 수 없는 작은 시골도시인데도 대도시 못지 않게 생기가 넘쳐났다.

도로에는 대형 화물트럭들이 꼬리를 물고 바삐 내달리고 있었다.

트럭들은 이곳에 자리잡고 있는 삼성전자 갈란타 TV공장에서 몰려나오고 있었다.

2002년 브라운관 모니터 생산을 시작으로 본격 가동에 들어간 이 공장은 5년 만에 연간 300만대의 LCD·PDP TV를 만들어내는 삼성전자의 유럽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했다.

"요즘은 TV를 만들면 만드는 대로 즉시 팔려나갈 정도로 주문이 몰려 있습니다.

TV를 실어나를 수송트럭이 부족해서 고민할 정도입니다." 갈란타법인 경영지원팀장 양영찬 상무는 "정신없이 바쁘다"는 말을 되풀이하면서도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그는 "올해는 LCD TV '보르도'의 인기 덕분에 손발이 쉴 틈이 없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실제로 갈란타 공장은 지난해부터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다.

총 4만3000평의 부지에 들어선 제 1·2공장은 올해 LCD·PDP TV와 홈시어터,셋톱박스,DVD플레이어,MP3플레이어 등을 720만대 생산할 계획이다.

지난해(500만대)보다 약 44% 늘어난 수치다.

특히 TV는 삼성전자의 올해 유럽 판매물량 중 70%(300만대)를,약 2000만대로 추산되는 올해 유럽 PDP·LCD TV 판매량의 6분의 1가량을 이 공장에서 생산한다.

올해는 유럽에서 대형 TV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40·46 LCD TV 생산량을 늘리고 63인치 PDP TV도 양산하는 등 TV 라인업도 강화하고 있다.

양영찬 상무는 "갈란타법인의 매출은 지난해 15억달러에서 올해는 27억달러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갈란타 공장의 성공 배경에는 삼성전자의 철저한 시장 분석과 이건희 회장 등 그룹 경영진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갈란타 인근 트르나바에서 소니가 브라운관 TV를 만들던 2003년 삼성전자는 LCD·PDP TV라인을 증설하며 유럽 공략의 초석을 다졌다.

2004년 8월 제1공장 준공식 때는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의 윤종용 부회장,이윤우 부회장,최지성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 등과 함께 직접 참석해 현지 직원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갈란타공장은 요즘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지난 5월 갈란타 공장 옆에 중·동유럽에서 가장 큰 4만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지었다.

이에 맞춰 유럽 각국의 판매법인이 보유하고 있던 물류창고는 모두 없애기로 했다.

재고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이 물류센터에서는 유럽 26개국의 판매법인 및 거래선에 최대 48시간 내에 제품을 공급한다.

임승빈 갈란타법인 뮬류센터장은 "올해 안에 영국과 스페인을 제외한 모든 판매법인 물류창고를 폐지하고 갈란타에서 통합·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갈란타법인은 이르면 내년께 물류센터 인근 부지에 3∼4개의 신규라인을 건설,연산 규모를 현재 300만대에서 400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양영찬 상무는 "물류센터와 새 라인 증설로 매출 규모를 내년에는 35억달러,2008년에는40억달러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갈란타(슬로바키아)=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