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생활용품 업체들이 최근 장수(長壽) 상품을 리뉴얼하면서 실질 가격을 인상,'변칙 가격 조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리뉴얼 제품들은 대부분 패키지 디자인이나 성분 및 용량 등을 일부 조정하는 데 그친 반면 가격은 최고 50%까지 인상,용량 변경폭을 크게 웃돌고 있는 것.히트 상품 부재로 고민하고 있는 업체들이 그나마 안정적인 매출이 기대되는 장수 상품의 가격을 슬그머니 올리는 방식으로 매출 신장을 꾀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해태제과는 지난 4일 출시 26년 된 인기 상품 '홈런볼'의 리뉴얼 제품을 내놓으면서 용량은 7∼10% 늘린 데 비해 가격은 40∼50%나 인상했다.

제품 용량 56g짜리는 60g으로 7%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가격은 1000원에서 1500원으로 50%나 올랐고,용량 46g짜리는 51g으로 10%가량 늘리면서 값은 700원에서 1000원으로 42.8% 인상했다.

이 회사는 또 지난달 출시 24년 된 '오예스'를 '生(생) 오예스'로 리뉴얼하면서 용량 변화 없이 일부 성분의 보강을 이유로 들어 12개들이 가격을 2800원에서 3200원으로 14.2% 올렸다.

이에 앞서 지난 4월에는 대표 빙과 상품인 '부라보콘'의 리뉴얼 과정에서 용량은 140㎖에서 150㎖로 7%가량 늘리면서 가격은 800원에서 1000원으로 25% 올렸다.

이에 대해 해태제과 관계자는 "최근 2∼3년간의 원자재값 인상분을 반영하는 것과 함께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트렌드에 따라 성분을 개선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롯데제과 빙그레 등도 주력 콘 제품값을 덩달아 올렸다.

빙그레는 지난 5월 용량 변화 없이 패키지 디자인만 바꾼 채 '메타콘'의 가격을 800원에서 1000원으로 슬쩍 인상했고,롯데제과도 지난 7월 '월드콘' 용량을 160㎖에서 170㎖로 소폭 늘리면서 가격은 800원에서 1000원으로 25% 인상했다.

매일유업은 지난 7월 기능성 발효유 '구트 DH-1'의 리뉴얼 제품인 '구트 다운'을 출시하면서 100㎖ 1병 값을 1200원으로 매겼다.

대부분의 기능성 발효유가 150㎖ 1병에 1000∼1300원인 점을 감안하면 단위 용량당 가격은 메이저 유업체의 발효유 제품 중 최고가인 셈이다.

남양유업 서울우유 한국야쿠르트 파스퇴르유업 등도 올 들어 프리미엄급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용량을 기존 1ℓ에서 930㎖ 또는 900㎖로 줄이고 있다.

한 유업체 관계자는 "올 들어 나온 제품들이 대부분 프리미엄 제품이어서 고객들의 가격 저항을 감안해 용량을 줄였다"고 말했다.

생활용품 업계에서는 유니레버코리아가 지난 3월 도브 비누의 기존 제품 라인구성에 변화를 주는 리뉴얼을 실시하면서 가격을 1300원에서 1400원으로 7.6% 올렸다.

또 CJ라이온도 지난해 7월 세탁용세제 '비트'의 포장 디자인을 바꾸면서 가격을 8% 인상했다.

윤성민·차기현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