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도곡동 삼성엔지니어링 본사.매일 아침이면 말쑥한 양복 차림의 인도 필리핀 출신 직원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뤄 출근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2004년 이전까지만 해도 보지 못했던 풍경이다.

이들이 발걸음을 재촉하는 곳은 설계 시공 품질 관련 핵심 엔지니어링 부서.현재 삼성엔지니어링 본사에 근무하는 외국인 고급 인력은 60명에 달한다.

국내 조선·건설·플랜트 업계가 해외 기술 인력을 구하느라 아우성이다.

현장의 단순 노무직이나 기능공이 아니다.

선박 및 플랜트 설계,기술 개발 등 핵심 업무에 외국인 고급 엔지니어를 대거 충원하고 있다.

해외 수주 호황 덕에 기술 인력의 수요는 폭증하고 있으나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인해 관련 국내 기술 인력은 제대로 육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값싸고 우수한 해외 인력으로 채우고 있는 것.

삼성엔지니어링은 중동을 포함한 해외시장에서 건당 수억달러에 달하는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 계약을 연이어 따내면서 2004년부터 인도 필리핀 출신의 경력직 기술전문 인력을 속속 채용하고 있다.

올 들어 8월 말까지 30명을 뽑은 것을 비롯 그동안 80명에 달하는 외국인 인력을 확보했다.

현대중공업도 2000년 이후 외국인 기술전문 인력을 받아들이고 있다.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인도 출신 엔지니어들을 주로 채용,본사 해양 플랜트사업 부문에서 적극 활용 중이다.

현재 외국인 인력은 50명 선.

김덕호 현대중공업 인력개발부장은 "국내에는 해양 플랜트 부문에 필요한 설계 기술전문 인력이 육성돼 있지 않은 상태여서 인건비가 20∼30% 싸면서도 우수한 해외 인력을 적극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선박 및 해양 플랜트 설계 전문가나 프로젝트 관리 전문인력이 턱 없이모자라 국적 불문하고 관련 인력을 '모셔오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3년부터 인도와 필리핀 프랑스 미국 출신 인력을 확보,현재 본사 설계인력 1000명 중 40명을 이들로 충원했다.

올 들어 8월 말 현재 수주액 100억달러를 돌파한 삼성중공업도 해양 플랜트 및 특수선 부문에 외국인 기술전문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현재 거제조선소 본사의 기술개발 설계 공정관리 파트에서 근무하는 해외 고급 인력은 60명에 달한다.

삼성중공업측은 "국내에서 신규 인력을 뽑아 양성하기에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2000년부터 경력직 해외 전문인력을 채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SK건설은 지난해 6명이던 플랜트 설계 부문의 외국인 인력을 올해 8월 말

업계는 국내 인력들이 기피하는 3D 업종을 중심으로 그동안 불법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됐으나 앞으로는 고급 인력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도 점점 늘어나 전문기술로 무장한 해외 인력의 한국 진출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