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오락실' 이야기로 유난히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정확히 말하자면 용어부터 잘못됐다.

성인오락실이 아니라 '성인도박장'이다.

도박중독자 비율은 일반적으로 1~2% 정도로 알려지고 있지만 적게는 80만명,많게는 300만명이나 된다고 알려져 있다.

엄청난 숫자다.

오락과 도박은 엄연히 구별돼야 한다.

물론 도박은 오락으로서의 기능이 있다.

재미가 없다면 도박이 성립되지 않는다.

도박이 오락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재미있게 논 만큼의 대가를 지불할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도박 열풍은 오락 단계를 넘어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도박중독자들은 사교적인 모임에서 가끔 도박을 즐기는 사람들과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

이들의 머리 속에는 온통 도박 생각뿐이다.

오직 돈을 딸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 물불을 가리지 않고 또한 판돈은 끝을 모르고 올라간다.

이걸 내성이라고 한다.

여기서 불행이 시작된다.

또 다른 한 가지 특징이 금단증상이다.

도박을 하지 않으면 왠지 사람이 이상해진다.

초조하고 불안하고 안절부절못한다.

이 증상을 견딜 수가 없어 발걸음이 다시 도박장을 향한다.

이 단계가 되면 안 하고 싶어도 의지대로 쉽게 되지가 않는다.

도박중독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중독자 자신은 물론 가족과 사회를 병들게 한다.

실직과 파산은 기본이고 심지어 범죄로 연결되기도 한다.

도박은 돈의 문제만이 아니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오랫동안 도박에 빠져 있던 사람들에게는 인격의 황폐화,즉 성격조차도 변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현상이 밥 먹듯이 거짓말하는 것이다.

"숨 쉬는 것 말고는 전부 거짓말 했지요" 어느 도박 중독자의 자기 고백이다.

중독자는 눈앞의 문제를 회피하는 데 익숙해진다.

습관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부정한다.

이런 습관이 결국 성격까지 변화시키는 것이다.

도박으로 잃는 것은 돈이 아니라 '신뢰'다.

빚이야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지만 한번 무너진 가족과의 신뢰는 세월이 지나도 저절로 회복되는 것이 아니다.

엄청난 고통과 노력이 따라야 한다.

단순히 치료를 넘어 성격의 변화와 신뢰의 회복까지도 이뤄져야 한다.

치료의 초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도박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도박을 하지 않고 무엇을 하느냐가 회복의 관건이다.

정신의학에서는 도박중독은 충동조절장애로 분류하는데 스스로 조절 능력을 상실했다는 뜻이다.

도박중독이 더 이상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는 이야기다.

도박에 푹 빠져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스스로를 한번 돌아볼 일이다.

내가 도박으로 인해 잃은 것이 무엇인지를.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박을 계속해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신영철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도박중독클리닉)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