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력을 바탕으로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이 아프리카의 정치 문제에까지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 보도했다.

중국이 아프리카의 국내 정치에 공공연하게 개입한 첫 사례는 잠비아 대선.리 바오둥 잠비아 주재 중국 대사는 잠비아 대선에서 야당 후보인 마이클 사타가 대통령으로 선출될 경우 잠비아와 외교관계를 단절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고 잠비아 언론들이 보도했다.

리 대사의 이 같은 발언은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중국은 잠비아 최대 수출품인 구리 광산의 주요 투자국이다.

오는 28일 실시되는 잠비아 대선에서 레비 음와나와사 대통령과 맞붙는 사타 후보는 대만을 주권 국가로 불러 중국을 자극한 바 있다.

사타 후보는 대만 기업인들을 공공연하게 만나고 다니는가 하면 중국의 잠비아 노동자 대우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해 중국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지난 7월 중국인 소유의 참비시 광산에서 광산 인부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던 중 몇몇 인부들이 총에 맞아 다친 사건이 발생했다.

인부들에게 총을 쏜 게 중국 관리인들인지,현지 경찰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사타 후보는 선거 유세 중 중국인 광산 관리인들이 잠비아 노동자들을 학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타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음와나와사 대통령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이에 중국은 사타 후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현지 신문 '잠비아 타임스'에 따르면 리 대사는 사타 후보의 부적절한 발언 때문에 중국인 투자자들이 잠비아에 오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영 '잠비아 데일리 메일'도 리 대사의 말을 인용해 "중국 투자자들이 양국 관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추가 투자를 유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최근 수년간 잠비아에만 최소 3억달러를 비롯,아프리카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해왔다.

중국의 대 아프리카 무역량은 2001년 이래 4배로 뛰어오르는 등 중국은 경제력을 앞세워 아프리카에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