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노사가 어제 임단협을 타결지음으로써 국내 자동차업계의 파업이 모두 마무리됐다.

국가 기간산업인 자동차산업이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해마다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는 자동차노조의 '파업만능주의' 행태가 갖는 문제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은 말할 것도 없고,강경일변도의 노동운동에 따른 대외신인도 하락 등 국가경제적인 피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 파업이 나라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다른 어느 산업보다 크다.

현대차의 파업이 지난 7월 산업생산 증가율을 3.4%포인트나 떨어뜨렸다는 통계청 분석결과가 이를 나타내주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한달여간의 파업으로 생산차질 9만여대와 1조3000억원의 매출손실,기아차는 4만8000대의 생산차질과 7400억원 손실,쌍용차도 1만7000여대의 생산차질과 4000억원 손실을 입었을 정도다.

파업의 후유증이 보통 심각한게 아닌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자동차산업은 내수부진에다 환율하락 등으로 수출채산성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경영여건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GM과 닛산 르노 등이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는데서도 알 수 있듯,해외 경쟁업체들은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세계시장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내 자동차회사들은 연례행사로 파업을 벌이고 불법과격투쟁만을 일삼고 있으니.이러고서 어떻게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회사 경영이야 어찌되든 내 배만 채우면 그만이라는 식의 노동운동 행태로는 결국 노사가 공멸할 수 밖에 없고,국민적 지탄을 피하기도 어려운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노조는 더 이상 지나친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하고 만성적인 파업관행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회사측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철저히 적용함으로써 불법파업의 악순환을 끊어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노사는 지금 글로벌시장에서 전개되고 있는 무한경쟁의 현실을 보다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회사와 노조 모두 심기일전해 눈앞의 성과배분보다는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데 매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얘기다.

장기적 안목에서 합리적 임금교섭 관행 및 노사관계의 재정립도 시급한 과제이다.

언제까지 이런 식의 퇴행적 노동운동에만 파묻혀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