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對)중국 교역에 이상조짐이 일고 있다. 올들어 7월까지 중국과의 교역에서 무역흑자는 120억6000만달러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억6000만달러가 줄었다. 수출증가율이 수입증가율을 크게 밑돈 때문인데 이런 흐름으로 가면 2001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대중 무역흑자가 감소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적지않다는 전망이다. 자칫 올해 경상수지(經常收支) 흑자기조 자체가 위협받을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심각한 것은 이런 추세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중국이 웬만한 부품 소재는 자체 조달하기 시작하면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것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그동안 대중 수출의 80% 가까이에 달하던 부품 소재 수출이 크게 줄고 있고 오히려 중국의 중저가 부품 소재들이 한국으로 밀려들며 중소기업들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이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긴축(緊縮)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도 대중 수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기조정이 하루아침에 끝날 일도 아니고 보면 이 역시 일시적 현상으로 볼 일은 아니다. 여기에 미국의 경기가 둔화되기라도 한다면 이것도 대중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에 대한 우리의 부품 소재 수출이 중국의 대미 수출과 관련성이 높다는 점에서 그렇다. 대외적으로 뭔가 심상치 않은 변화가 한국경제에 다가서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미 무역연구소는 이런 추세로 가면 2011~2012년에는 우리나라의 대중국 교역이 아예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가 일본은 물론 중국에도 적자를 기록하는 그런 처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동북아 분업구조에서 우리의 존재가 현저히 약화되는 악몽같은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과연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지 정말 심각히 고민하지 않으면 안될 때다. 그것도 몇년내에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절박한 상황이다. 다른 해법이 없다. 부품 소재에서 일본 벽을 뛰어넘어야 하고 차세대 성장동력도 창출(創出)해야 한다. 또 동북아 지역에 함몰되지 않으려면 동북아 밖의 지역에서 끊임없이 시장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된다. 이렇게 갈 길이 분명한데 지금 우리가 기업 규제를 푸느니 마느니,한·미 FTA를 하느니 마느니 이런 논란으로 시간을 허비할 일이 결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