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777기의 아버지'로 불리는 앨런 멀럴리 보잉 민간항공기부문 사장(61)이 포드자동차의 회생을 위한 '구원투수'로 전격 영입됐다.

103년의 역사를 가진 포드는 경영 위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자동차산업 문외한인 멀럴리를 영입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포드는 5일(현지시간) "빌 포드 주니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CEO에서 물러나는 대신 멀럴리가 신임 사장겸 CEO를 맡는다"고 발표했다.

빌 포드는 회장직을 유지하면서 멀럴리와 함께 회사 회생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멀럴리의 전격 영입이 관심을 끄는 것은 그가 평생 항공기 제작이라는 외길을 걸어온 자동차산업엔 문외한이라는 점 때문.멀럴리는 캔자스대에서 항공공학과 우주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1969년 보잉사에 입사한 이후 37년 동안 오로지 항공기 제작에 매달려 보잉 727기부터 777기까지 만들어낸 산파역을 했다.

작년 보잉의 강력한 CEO 후보에 올랐다가 3M의 CEO이던 제임스 맥너니에게 밀린 뒤로도 보잉 787기 생산에 매달리는 엔지니어다운 뚝심을 보여줬다.

이런 경력의 멀럴리가 과연 위기에 빠진 포드를 구해낼수 있을지 의문이 많다.

그러나 빌 포드 회장은 이날 "멀럴리는 회사 회생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적임자"라고 못박았다.

그는 "보잉과 포드는 생산 품목은 다르지만 복잡한 생산과정,부품공급업자 및 노동자와의 관계 설정,긴 생산 공정 등에서 아주 유사하다"며 그의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그렇다.

멀럴리는 보잉에서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지휘한 경험이 있다.

한때 12만명이던 종업원을 5만명으로 줄인 것도 그다.

생산시간을 50%단축,비행기 모델을 가장 빠르게 생산하는 공법도 도입했다.

이를 위해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회사로부터 노하우를 습득해 정적인 비행기 생산공장을 자동차공장처럼 동적인 조립라인으로 변경했다.

멀럴리의 영입으로 포드사의 지분 40%를 갖고 있는 포드가(家)는 다시 CEO 자리를 이방인에게 내주게 됐다.

1903년 설립된 포드는 설립자인 헨리 포드와 아들인 에드셀 포드,손자인 헨리 포드 2세가 연속해서 CEO 자리를 맡아왔다.

헨리 포드 2세가 1979년 CEO 자리를 물러난 뒤 설립자의 증손자인 빌 포드가 2001년 CEO에 오르기까지 20여년 동안 외부인이 회사를 책임져 왔다.

빌 포드는 '가문의 명예'를 걸고 회사 회생을 위해 몸부림쳤지만 도요타 등 아시아자동차의 공세와 고유가로 인한 주력 품목의 판매 부진이란 벽에 부딪쳐 CEO 자리를 내놓게 됐다.

포드는 올 들어 상반기에만 14억달러 적자를 내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빌 포드 회장은 최근 △4분기 미국시장 생산량 21% 감축 △연내 북미공장 10개 폐쇄 △재규어 등 적자사업부문 매각 △르노-닛산에 제휴 제의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계획을 진행해왔다.

이를 위해선 유능한 CEO가 필요하다고 판단,지난 7월부터 CEO를 물색해 왔으며 결국 멀럴리를 동반자로 맞아들이게 됐다.

멀럴리와 포드가의 동행이 어떤 결과를 낼지 주목된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