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부업 시장도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국내 첫 외국인 은행장에서 일본 대부업체의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한 윌프레드 호리에 전 제일은행장(60)은 한국 대부업 시장을 호평했다. 호리에 전 행장은 2001년 제일은행장에서 물러난 뒤 2003년부터 미국계 펀드 론스타가 대주주로 있는 일본 대부업체 아에루(AEL)사를 맡고 있다. 법정관리 상태였던 회사를 대출잔액이 1300억엔(약 1조원)인 일본 내 15위권 대부업체로 정상화시켰다.

호리에 전 행장은 최근 일본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의 경우 은행들이 30년간 개인대출 시장을 주목하지 않아 대부업체들이 쉽게 성장할 수 있었다"며 "한국도 은행과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고객층이 구분돼 있기 때문에 대부업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더불어 호리에 전 행장은 "청소년 때 금융교육을 잘 시키는 게 건전한 소비자 금융시장을 만드는 초석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 대부업계는 이미 15년째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대한 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호리에 전 행장은 한국의 시중은행에 대해 "해외지점을 너무 활용하지 못한다"며 "교포나 주재원들만 상대로 영업을 할 것이 아니라 현지 전문가를 고용해 현지인을 대상으로 영업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금융 시장을 염두에 둔 듯 "정부는 규제를 풀고 시장에 맡겨야 금융회사들이 창조적인 영업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도쿄=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