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권이 특수한 분야의 일이라고요? 아니죠.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지식재산권은 우리 모두의 관심 분야가 될 겁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중 지식재산권 문제에 대한 국내의 우려와 비난이 뜨겁던 여름,한국의 대학생이 세계 지식재산권 논의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제네바 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석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주인공은 서강대 컴퓨터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성채은씨(24).성씨는 특허청과 한국발명진흥회가 운영하는 '지식재산권 이(e)-러닝' 과정을 이수한 5개 대학 780명 중에서 최우수 학생으로 뽑힌 재원이다.

영어 인터뷰와 프레젠테이션 등 엄격한 선발 절차를 거쳤다.

성씨는 함께 선발된 세 명의 동료 대학생들과 함께 WIPO의 국제교육원(WWA·Worldwide Academy)에서 진행하는 지식재산권 교육과정에 한국 대표단으로 파견됐다.

제네바에 도착한 성씨는 "변호사에서 학자,브루나이 왕족까지 다양한 배경을 지닌 젊은 전문가들이 참가해 놀랐다"고 한다.

학생들로만 이뤄진 한국 대표단과 비교되는 부분이었다는 것.

도착하자마자 느낀 것은 생각보다 높은 언어의 장벽이었다.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는 지식재산권에 대해 전 세계 학생과 젊은 전문가들 간의 토론이 이뤄질 때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제기구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모국어를 포함해 4개국어 이상을 자유롭게 구사하더군요.

엄청난 자극이었죠."

2주간 제네바에서 지내면서 언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다른 나라 참가자들보다 두세 배는 더 열심히 일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거의 매일 새벽까지 그날 배운 내용에 대해 공부해야 했다고.

성씨는 이번 교육에서 지식재산권의 개념에 대한 현실 감각을 키울 수 있었다는 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는다.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교육과 토론이 이뤄진 덕분이었다.

핀란드의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는 전화벨 소리를,스위스 식품기업인 네슬레는 자사가 생산한 물병을 지식재산권을 통해 보호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특별한 냄새와 지역 이름,심지어 제스처 하나까지도 지식재산권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보성 녹차에서부터 반도체 신기술까지 일상의 모든 것이 지식재산권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 우리나라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분들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절감하게 됐습니다."

성씨는 제네바에 다녀온 뒤 공학도로서의 사명감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한다.

공학 부문에서는 좋은 연구도 중요하지만 특허 선행조사 과정을 갖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선행 조사란 어떤 분야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다른 곳에서 이미 특허를 딴 부분은 아닌지 알아보는 과정을 말한다.

성씨는 IBM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삼성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지식재산권에 대한 실무 경험을 쌓기도 했다.

성씨와 함께 제네바에 다녀온 특허청의 김남지씨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창조품의 가치만큼 그것을 인정받는 절차도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석(서강대 국문) 인턴기자 chorie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