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가라고 모두 불굴의 의지를 가진 건 아니다. 오히려 불안에 떠는 경우가 많다. 아직 나오지 않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창조해내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디어 단계에서는 밀어주는 사람보다 '딴지 거는' 이들이 더 많게 돼있다. "잘못되면 책임 질거냐?"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화가 나지만 냉정히 생각해보면 정말 잘될 건지는 스스로도 모를 일이다.

경영이론가들의 말을 종합해봐도 정답이 없다. 톰 피터스는 '깜짝 놀랄 만한(wow,와우!)' 것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하고 '보랏빛 소가 온다'의 세스 고딘은 '특출난(remarkable)'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아이디어치고 스스로 생각하기에 놀랍지도 않고 특출나지도 않은 게 있을까.

지난해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킨 '블루오션 전략'이 비즈니스맨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전례가 없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과연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를 '검증'해볼 수 있는 방법론을 제공했다는 점에서였다.

여러가지를 생략하고 말하면 '블루오션 전략'의 혁신 아이디어 검증 방법은 '가치 up, 비용 down'의 공식으로 요약할 수 있다.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비약적으로 높여 새 수요를 만들어내고,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 원가경쟁력을 갖출 때라야 상업적으로 성공 가능한 혁신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엉터리' 아이디어는 이 필터를 통과하지 못한다. 고객 가치는 높였지만 돈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 가격이 비싸지는 경우가 특히 많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너무 비싸면 사람들은 사지 않는다.

반대로 비용은 많이 낮췄는데 사람들의 마음을 전혀 끌지 못하는 싸구려를 만드는 경우도 허다하다.

모토로라가 앞장서고 SK텔레콤을 비롯 세계적인 정보통신업체들이 뛰어들었다 실패한 '이리듐 프로젝트'를 기억해보자. 66개의 위성을 연결해 전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꿈의 통신을 구현한다고 했지만 단말기 가격이나 통신료에서 '비용'을 낮추지 못했다. 또 달리는 차안이나 빌딩 내부에서 통화가 안되는 단점이 있어 대부분 VIP인 고객들이 원하는 가치는 오히려 파괴해버렸다. 세계 최초였고 또 초우량업체들이 참여했지만 '가치 up, 비용 down'의 필터를 통과하지 못했고 결국 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공식은 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공공 부문에서는 예산을 줄이면서도 국민들이 더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내면 그것이 혁신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비전 2030'을 보라. 그 가치는 놀랍고 좋은 것이다. 그러나 비용측면에서 현재 나랏빚의 4배가 넘는 1100조원이 들어간다니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되기엔 결격 사유가 있는 것이다.

기업에서든 공공부문에서든 제대로 된 혁신이라면 고객들이 그것이 혁신인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받아들이게 돼있다. '가치 up,비용 down'이라는 화두를 붙잡고 끊임없이 변화하려고 노력한다면 고객을 점점 더 잘 알게 되고, 그 경험이 쌓여 한 조직의 혁신 인프라가 되는 것이다.

성장을 위해 정부가 할 일도 결국 마찬가지다. 기업들이 한국에서 투자할 '가치'를 높이고 사업할 '비용'을 낮춰주는 일들을 국정 논의의 중심으로 삼아주기를 기대한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