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 선거에서 선두를 달려온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강력한 복병을 만났다.

잠재적 후보군으로 분류됐던 요르단의 유엔주재 대사인 제이드 알 후세인 왕자(42)가 5일 출마를 선언한 것.제이드 왕자는 이날 출마 선언에서 "유엔을 잘 아는 무슬림 후보가 나섬으로써 안보리와 총회는 선택의 여지가 커졌다"고 말했다.

제이드 왕자는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의 사촌으로 미국 주간지 타임이 최근 반 장관을 포함한 4명의 기존 후보 중에 적임자가 없다며 대안으로 거론했던 인물 중 하나다.

타임이 지난 3일 "유엔의 주요 국가들이 현재 출발선에 서있는 말들을 좋아하지 않으니 목장에서 새로운 재목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자마자 출마선언을 한 셈이다. 당시 함께 대안후보로 거론된 사람들로 안와르 이브라힘 전 말레시이아 부총리,첸 흥치 주미 싱가포르 대사,헬렌 클라크 뉴질랜드 총리가 있다.

제이드 왕자의 최대 경쟁력은 1996년부터 4년간 유엔주재 차석대사,2000년 이후 대사를 지내면서 유엔 내에서 강력한 입지를 쌓았다는 점이다.

중동의 정세가 어지러워 공평하고 독립적인 판단력이 강조되는 유엔 사무총장 자리에 안 맞는다는 지적도 있지만 출신 지역의 불안정성이라는 문제는 반 장관도 똑같이 갖고있는 핸디캡이다.

타임이 거론한 사람들 외에 고촉동 싱가포르 전 총리,스리랑카 출신의 영국인 데바 아디티 유럽의회 의원,터키 재무장관을 지낸 케말 데르비슈 유엔개발계획(UNDP)사무총장도 출마 가능성이 계속 거론되고 있다.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후보는 10개 아세안(ASEAN)회원국들이 이미 수라키앗 태국 부총리를 공동 후보로 추대했다는 점에서 등장 가능성이 크지 않은 반면 데바 의원과 케말 사무 총장이 나올 가능성은 크다.

유엔 안보리는 이달 말부터 약 한 달간 예비투표를 실시해 15개 회원국 중 상임이사국 5개를 포함해 최소 9개국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나오면 총회에 추천할 예정이며,입후보 기회는 최종 선출 이틀 전까지 열려 있다.

반 장관은 지난달 15개 안전보장이사회 15개 회원국들이 실시한 예비투표에서 12표를 확보해 현재 1순위에 랭크돼있지만 언제라도 새로운 경쟁자를 만날 수 있는 셈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출마 의사는 갖고 있으나 아직 입후보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있다"며 "어떤 후보가 나오더라도 마지막까지 차분하게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