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신공덕동 A아파트에 사는 자영업자 김모씨(54)는 최근 전셋집을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

김씨는 전세 계약이 만료돼 같은 단지 내 같은 평형으로 새로 전세를 얻으려고 했지만 매물을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수소문 끝에 간신히 인근 단지로 옮겼다는 김씨는 "가격을 몇 천만원 더 주겠다는데도 물량 자체가 없어 소용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가을 이사철을 맞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전세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적어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물량 품귀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건설교통부는 6일 "서울과 수도권 일부지역에서 이사철·결혼 수요로 전셋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서민 전세자금 지원규모를 당초 1조6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늘리고 주택금융공사의 주택구입자금(모기지론) 금리를 0.5~1.0%포인트 내리는 등 긴급 지원에 나섰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이사철마다 학원 수요가 몰리는 강남과 목동 등 인기 지역뿐만 아니라 시내에서도 전세 매물이 거의 자취를 감췄다.

강남구 등 주요 지역에서는 1000가구 이상의 대단지인 데도 중개업소에 나온 전세 매물이 3∼4개에 불과한 곳이 상당수에 이른다.

실제 강남구 대치동은 30평형대는 전세 매물이 아예 없을 정도다.

은마 31평형 전셋값은 2억3000만원에서 2억5000만원,34평형은 2억7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호가가 뛰었다. 대치동 대성공인 고명희 실장은 "선경이나 우성의 중·대형 평형 전세 매물도 별로 남아 있지 않다"고 밝혔다.

시내도 사정이 비슷하다.

마포구 신공덕동 삼성래미안 1차의 경우 최근 25평형 전셋값이 1억6000만원에서 1억8000만원,33평형이 2억원에서 2억3000만원으로 각각 올랐다.

이유승 LG부동산 사장은 "전세 계약을 연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평형별로 전세 매물은 한 개 정도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분당신도시의 경우 전셋값은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매물은 역시 적은 편이다.

현지 정도공인 고신우 사장은 "서현동 시범단지 삼성.한신 32평형 전셋값은 2억2000만∼2억4000만원 선으로 최근 1000만원 정도 오른 가운데 매물은 서너 개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전세 물량이 귀해진 것은 전세 수요는 꾸준한 반면 공급물량이 작년보다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부동산정보업체인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이달 서울지역 입주 물량은 2813가구로 작년 9월(3155가구)보다 10%가량 줄었다.

특히 10월 입주 물량은 1794가구로 전년 동월보다 절반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전세대란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김은경 스피드뱅크 팀장은 "서울에서는 가뜩이나 주택을 지을 땅이 없는데 각종 규제로 재건축마저 묶이면서 일시적으로 입주가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공급감소 요인도 많다. 우선 양도세 등의 세금 부담이 커져 비과세 요건(3년 보유,2년 거주)을 맞추기 위해 전세를 빼고 직접 입주해 살려는 집주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반면 현재 세입자들은 청약 무주택 요건 등을 맞추기 위해 가능하면 전세 계약을 연장하는 추세다.

목동 쉐르빌공인 관계자는 "정책이 하도 바뀌어 시장 상황이 워낙 불투명해 여유 자금이 있어도 일단 전세로 살면서 관망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여기에 저금리 영향으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데다가,시장 침체로 아파트 전세 물량의 대체재 역할을 하던 오피스텔의 공급이 끊긴 것도 전세 공급을 감소시키고 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