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화장품 브랜드숍인 '미샤'가 일본업체와의 상표권 소송에서 져 미샤를 운영해온 에이블씨엔씨의 해외 시장 진출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초부터 이어진 판매 부진에다 이번 판결로 해외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 하락이라는 악재까지 더해지며 사면초가의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2부(김주원 부장판사)는 6일 일본의 '가부시키가이샤 마리퀀트 코스메틱스쟈판'이 "미샤의 꽃무늬 심벌이 자사 마리퀀트의 상표와 비슷해 상표권을 침해당했다"며 미샤 생산업체인 에이블씨엔씨를 상대로 낸 상표권침해금지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미샤의 꽃무늬 심벌에 '표절' 판결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두 상표의 외관이 유사해 거래자나 수요자들을 혼동시킬 수 있다"며 "피고(에이블씨엔씨)는 상표를 상품의 포장이나 광고·선전물에 사용하거나 상표를 사용한 물품을 판매해선 안 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직영매장 창고 등에 있는 물품의 상표 역시 폐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해당 일본업체 화장품의 국내 판매 실적이 미미해 구체적인 손해 사실이 없다"며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는 기각했다.

최종 판결을 남겨두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 에이블씨엔씨는 앞으로 미샤 상표에 사용하던 꽃잎 모양 심벌을 국내에서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미샤는 해당 심벌이 들어간 기존 생산 제품을 다시 포장해야 하며 매장 간판 교체와 새단장 작업 등 막대한 비용이 들게 된다.

이번 판결로 일본 등 해외시장에서 '상표를 도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브랜드 이미지 하락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에이블씨엔씨는 이미 중국 일본 동남아 등지에 170여개의 미샤 매장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해외 소비자들에게 해당 로고를 각인시키기 위한 투자해온 브랜드 마케팅 비용을 고스란히 날리게 될 처지에 놓였다.

이에 대해 에이블씨엔씨측은 해당 심벌이 포장에 인쇄된 제품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대량의 제품 수거나 판매 중단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마리퀸트측이 상표 등록만 했을 뿐 국내에서 영업 및 광고활동을 위한 상표 사용이 전무했다"며 "미샤는 브랜드숍과 온라인 사이트 등 단독 유통채널에서만 제품을 유통시켰기 때문에 두 브랜드를 혼동할 이유가 없다"며 항소의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꼭 이번 판결이 아니라도 올초부터 저가 화장품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꽃무늬 심벌로 대표되는 미샤 브랜드 로고와 매장 인테리어를 쇄신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따라서 국내 및 해외 매장 영업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현·이태훈 기자 khcha@hankyung.com